“보조배터리는 기내 선반에 넣을 수 없으니 꼭 소지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가 발생한 지 열흘째인 7일.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체크인 카운터에선 에어부산 직원들이 승객들에게 보조배터리를 직접 소지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안전 우려 해소를 위해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이었다.
승객들은 여행에 대비해 대부분 보조배터리를 챙겼지만, 찜찜한 마음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후쿠오카 비행편을 탑승한 김민주(20) 씨는 “여행을 가는데 지도를 보고 길을 찾으려면 보조배터리가 항상 필요해 고민을 하다 챙겼다”며 “KC인증을 받지 않은 보조배터리는 발화 위험성이 크다고 해서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아보고 구매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우에마주 미키(48) 씨 역시 “한국 출장중에 번역과 지도를 이용하는 데 제한이 없어야해 불안하면서도 챙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행 필수품으로 여겨온 배터리를 챙기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50대 김 모 씨는 “짐을 다 싸뒀다가 집에서 챙기지 말라고 해서 결국 뺐다”며 “이번 여행에선 돼지코(일본 전력 콘센트)에 연결되는 충전선 하나로 버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가 배터리 화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여서비스를 검토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수호(18·전남 광양) 군은 “요즘 곳곳에서 우산도 빌려주는 것처럼, 배터리를 아예 들고 탑승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현지 여행지에서 항공사가 배터리 대여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이날부터 임시운항편 2편을 대상으로 탑승구 앞에서 휴대 수하물 내 배터리 소지 유무를 확인하고 ‘NO BATTERY INSIDE’ 스티커를 부착했다. 인천국제공항발 후쿠오카행 11시 15분 BX158편과 김해국제공항발 후쿠오카행 2시 출발 BX146편이었다.
이날 승객들의 항의는 없었지만, 안내와 확인에 시간이 많이 걸려 승객들의 대기시간은 평소보다 늘어났다. 여유있는 출발 시간대로 선정된 임시운항편과 달리 혼잡시간대에 다른 돌발 변수까지 생기면 승객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원들은 승객의 휴대 수하물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일일이 구두 안내를 하는 정도에 그쳤다. 현재는 승객이 배터리를 직접 소지해달라는 안내를 어겨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시간 과소요에 대비해 평소보다 일찍 탑승안내를 드리고, 대기줄을 세워 안내를 했다”며 “다행히도 배터리 관련 안내 확인 절차에 항의하시는 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 측은 시범운영편 후기를 검토해 향후 전 노선으로 확대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에어부산 측은 “혼잡한 시간대에 다양한 상황 변수 시간대로 시도를 해본 뒤, 현장 의견 청취 등 절차를 보완해 향후 전 노선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국내 주요 항공사들 역시 화재 위험이 있는 보조 배터리를 기내 선반에 넣지 않고 직접 휴대하고 탑승하도록 안내하는 등 안전 강화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