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골드바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디지털 금(e금)’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물 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주식처럼 사고팔며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AN·비단)가 운영 중인 조각 투자 플랫폼 ‘센골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e금 가격은 1그램(g)당 14만 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1년 전(8만 7400원) 대비로는 60% 이상 치솟은 가격이다. e금은 실물 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디지털 자산이다. 0.01g(현재가 기준 1420원)의 최소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소액 단위로도 조각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치솟는 금값에 대한 대안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거래량에서도 확인된다. e금의 하루 거래량은 지난해 2월 초 약 270g에서 금 수요 확대로 이달 21일 1528g까지 불어났다. 이를 원화로 환산 시 일일 거래금액은 2355만 원(1g당 e금 가격 8만 7400원)에서 2억 1480만 원(13만 9900원)으로 800% 이상 폭증했다.
e금은 디지털 교환권 형태로 거래가 가능하다. 투자자는 센골드에서 매수한 자산을 ‘실물’로 인출하거나, 실물 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주식처럼 쉽게 매수·매도가 가능해 실물 자산의 가치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특히 센골드에서 거래되는 e금은 국내 1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의 보안 금고에 실물 자산으로 안전하게 보관되며, 회원의 인출 요청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다.
거래 시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물 금 구매 시에는 부가가치세(VAT) 등의 세금이 부과되지만, e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기에 거래 시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거래수수료 외 부대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비단 측 설명이다.
비단 관계자는 “미중 관세 전쟁 여파로 금 가격이 폭등하면서 e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달 들어 신규 회원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e금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e금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금의 거래 방법은 센골드의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통해 가능하다. 별도의 은행 계좌 없이 주거래은행 계좌를 센골드와 연동하면 즉시 거래할 수 있다. 센골드에서 거래 중인 상품으로는 e금을 비롯해 △e은 △e플래티넘 △e팔라듐 △e구리 △e니켈 △e주석 등 7개 금속 원자재다. 비단은 올해 e알루미늄, e아연, e납, e커피원두, e코코아, e설탕, e밀가루 등 식품 원재료까지 디지털 상품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센골드는 아이티센그룹이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을 인수한 후 선보인 조각 투자 서비스다. ‘베타 서비스’로 운영 중인 센골드의 e금 총보유량은 약 30만g이다. 비단은 다음 달 출시를 앞둔 정식 버전에서 e금 보유량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비단은 센골드 인수를 위해 지난해 10월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118만 명의 회원을 보유 중인 센골드는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거래금액이 1조 원을 돌파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