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대 체코원전 수주 '가시권'…문제는 ‘안정적 수익성 확보’

입력 : 2025-03-16 08: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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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당 수주 단가 UAE 원전의 2배 예상
'현지화율 60%'·웨스팅하우스 몫 변수
"손해 보는 장사 아냐" vs "국민 부담 우려"

체코의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한수원 제공 체코의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한국의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관건은 적자 사업 우려가 불거진 UAE 원전과 달리 20조 원대로 예상되는 체코 원전 사업이 향후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다.

16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 측과 이달 중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막바지 세부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수주 가격, 현지화율 등 '팀 코리아'의 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줄 계약 핵심 조건이 어떻게 정해질지에 주목한다. 관심이 큰 수주 금액의 경우 20조 원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서 체코는 원전 2기 예상 사업비로 총 2000억 코루나(약 25조 원)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가용 예산 한도 안에서 합리적 수준의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수주전에서 밀린 프랑스전력공사(EDF)는 한수원의 덤핑 수주를 주장하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지만, 한수원은 이런 주장을 일축하면서 정상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전력이 사업 관리자가 돼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총 4기 원전을 약 20조 원에 수주했다.

물가 상승 요인을 고려해도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은 2기 사업에 20조 원대 수주가 예상돼 1기당 단가가 UAE 원전의 배에 달할 전망이다. 수주 가격 외에는 체코 측이 원하는 60%의 현지화율 목표와 '웨스팅하우스 몫' 변수가 체코 원전 사업의 수익성 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체코 측은 자국 내 산업 파급 효과 극대화를 위해 현지화율 60% 요구를 꾸준히 제기한다. 다만, 실제 최종 계약서에는 구속력 있는 현지화율 목표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기업들만 우대한다는 조항은 다른 EU 국가들을 향한 차별이 될 수 있어 EU 조달 규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수원 제공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수원 제공

한국 측은 협상 과정에서 체코가 요구하는 60% 현지화율 목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현지화율 산정에 두산에너빌리티의 현지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현지에서 생산하는 터빈 등이 포함되는 것 같은 사례를 고려하면 설사 '현지화율 60%'를 적용한다고 해도 실제 일감 60%가 체코 기업에만 돌아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체코 기업이 일부 공급권을 가져도 현지 조달이 어려운 것들이 많다"며 "결국 한국에서 기술이나 서비스를 도입하게 돼 상당 부분 다시 한국에 일감이 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도 체코 원전 사업 수익률에 영향을 줄 요인이다.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월 전격적으로 지식재산권 분쟁을 풀고 제3국 시장 진출에 협력하기로 했다. 비밀 유지 약속으로 타결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일정 부분 일감을 주거나 기술 로열티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밖에 공기 관리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된 일정대로 원전을 완공하겠다는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구호를 앞세워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원전 건설 사업은 프로젝트 관리의 어려움 탓에 공기가 늘어지고 비용이 급증하는 일이 잦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체코 원전 수익성에 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UAE 사업은 트랙 레코드(실적)를 쌓은 첫 사업으로서 사업 관리자인 한전이 비록 적자를 봐도 참여 한국 건설사와 두산 등 기업들은 높은 이익을 누려 한국 기업 전체를 봐 수익성을 논하는 것이 맞다"며 "체코 원전은 UAE 사업 단가의 2배로 앞으로는 손해를 보는 장사는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연구자 출신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체코 원전은 한국에는 없는 방사능 유출 방지를 위한 이중 격납 설비, 냉각탑 건설 등 설계 변경 요인이 산적해 비용 증가 가능성이 크다"며 "웨스팅하우스 몫까지 떼주면 10조원의 적자가 날 수도 있고, 결국 국민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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