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중도보수 진영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면서 보수·진보 간 양자 대결이 사실상 확정됐다. 오는 23일 최종 대진표가 나오는 가운데, 탄핵 정국과 맞물려 선거 막판까지 예측 불허의 혼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보수 진영의 정승윤·최윤홍 후보는 지난 15일 오후 5시 30분께 부산 연제구에서 회동을 갖고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두 후보가 주고 받은 합의서에는 ‘정승윤·최윤홍 양측은 ARS(자동 응답 시스템) 가상번호 방식의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기로 합의한다’고 명시됐다. 단, 여론조사 기간과 방식을 정하기 위해 실무자 간 합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단일 후보 발표는 23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효과를 보려면 늦어도 투표용지 인쇄일인 24~25일 이전에는 결론이 나야 하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인쇄 후에는 특정 후보가 사퇴해도 이름 옆에 ‘사퇴’가 표기되지 않아 표가 분산될 여지가 크다. 단일화를 합의한 자리에서 정 후보는 “투표용지 인쇄 전인 23일 자정까지 여론조사가 완료돼야 한다”고 말했고, 최 후보도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호응했다.
다만 이 일정을 맞추려면 ARS 가상번호 방식의 여론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론조사 기관은 조사 개시일 10일 전까지 관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휴대전화 가상번호 제공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일화에 합의한 지난 15일 기준으로 보더라도, 여론조사는 10일 뒤인 25일에야 진행 가능하다. 이에 선거 캠프 관계자는 “23일까지 단일화를 결정하자는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현행법상 ARS 가상번호 여론조사를 진행하기엔 시간이 없는 게 사실이다”며 “양 캠프 실무진이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보수 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내달 2일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판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가장 큰 변수는 탄핵 정국이다. 특히 4·2 부산시교육감 선거는 부산에서 유일한 재보궐 선거라는 점에서 탄핵 정국 속 지역 민심의 가늠자로 여겨진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가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여 정치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투표율이 낮은 교육감 선거 특성 상, 양 진영 모두 조직적인 투표 독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단일 대오를 갖춘 중도진보 진영은 적극적인 유세 활동을 벌이며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은 후보 등록을 마친 지난 13일부터 부산 교육계 원로, 학부모, 스포츠클럽 등 유권자들과 만나 지지를 모으고 있다. 선거 활동 개시일인 20일 출정식도 준비 중이다. 중도진보 후보인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은 지난 11일 불출마를 선언하고, 13일 김석준 후보 선거 사무소를 찾아 지지를 표명했다.
한 교육계 원로는 “탄핵 정국 속 보수세 결집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보수 단일화 후보 발표가 사전 투표일 닷새 전에야 나온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헌재 선고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거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후보 접수가 시작된 13일 김석준·최윤홍 후보가 먼저 이름을 올렸고, 이어 14일에 정승윤 후보도 등록을 마쳤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