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타결에 성공한 4·2 부산교육감 재선거 보수 단일화가 막판까지 진통을 이어가면서 파행의 길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정승윤·최윤홍(가나다순) 측이 당초 합의했던 데드라인이 임박해지는 가운데, 유불리 셈법이 고차방정식의 영역으로 넘어가며 결국 양 캠프 모두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다. 진보 진영 단일 후보 김석준 후보의 1강 레이스가 점쳐지는 가운데 정승윤, 최윤홍 두 후보의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극적 합의에도 답 왜 못 찾나
18일 지역 정치권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보수 진영의 정승윤·최윤홍 후보가 단일화에 깜짝 합의하면서 부산교육감 재선 레이스 판세는 요동쳤다. 당시 양측은 가상번호 자동응답방식(ARS) 방식의 여론조사를 통해 오는 23일까지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단일화 경선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문항 등에 대해선 큰 틀의 합의에 성공했지만 응답자 수, 여론조사 실시일 등을 두고는 답을 찾지 못했고 이로 인해 시간은 양측이 약속한 단일 후보 배출 날짜를 향해 흘러갔다.
이러한 가운데 결정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가상번호를 제출받는 물리적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협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양측은 단일화 전격 발표 다음날인 16일부터 이틀 동안 연쇄 회동을 통해 협상에 나섰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시간이 흘러가면서 선택지는 무작위 번호로 전화를 거는 RDD 방식을 통한 유선 100% 자동응답방식만 남게 됐다. 한 캠프 관계자는 “사실상 이미 단일화에 합의한 그 순간에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론조사는 유선 100% RDD 자동응답 방식 외에는 없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유선 비율이 높은 여론조사일수록 보수에 유리하다는 통념이 있다. 이에 두 캠프 모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실상은 유불리 계산을 쉽사리 하지 못하면서 이날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실제로 이미 두 캠프 내에서는 선거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거 유세원, 유세차 계약 외에도 2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선거공보도 양쪽 모두 제작을 이미 맡긴 만큼 단일화 무산은 사실상 예견된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진보 1강 레이스 끝까지?
이처럼 보수 진영의 두 후보가 각자 출마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날 기준 보름 앞으로 다가온 부산교육감 재선 판세에 관심이 쏠린다. 부산교육감 선거 직선제 도입 후 진영 대결이 펼쳐진 4번의 대결 가운데 3번은 단일 후보를 내거나 단일화에 성공한 진영이 본선 승리를 거뒀다. ‘단일화는 곧 승리’라는 부산교육감 선거 공식이 이번에도 적용되지 않겠냐는 게 부산 정가와 교육계의 관측이다.
이러한 가운데, 진보 진영의 김석준 후보는 이날 예정대로 선거사무소에서 출정식을 가지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는 “부산 교육 정상화, 나아가 대한민국 정상화의 시작을 알리는 출정식”이라며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자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관측되는 김 후보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서 단일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수 진영에서도 본선을 대비한 분주한 움직임에 돌입했다. 중도 하차한 후보들과의 화학적 결합 여부가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1강으로 평가 받는 김 후보의 경우 같은 진영 후보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차정인 전 예비 후보와 경쟁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정 후보는 이날 중도보수 교육감 단일화 통합추진위원회의 ‘4자 단일화’에 합류했던 전영근, 박수종, 박종필 전 예비 후보로부터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세 사람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정 후보는 “제자들이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인재를 꿈꾼다. 그래서 저와 여기 계신 세 분의 꿈이 똑같다”며 “세 분과 힘을 모아 이번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 후보는 단일화 논의가 멈춘 이날에도 여러 지지자들과 간담회를 가지거나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공약 개발에 집중하는 등 지지세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동시에 상대 후보를 향한 견제구가 나오기도 했다. 정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선 전영근, 박수종, 박종필 등 3명의 전 예비 후보는 최 후보를 향해 “단일화 과정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고, 교육감 권한대행 프리미엄을 다 누리던 최윤홍 후보가 자신도 중도보수라며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황제 단일화인가. 이것은 공정도 상식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세 사람과 저희를 도왔던 많은 분들에 대한 모독이고 치욕”이라며 “최 후보의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중도보수 참칭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