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젊은 층뿐 아니라 40대 이상 시청자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으며 중장년층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앞으로 불러들인 것이 흥행 원인으로 꼽힌다. 드라마는 제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부산으로의 가출 에피소드도 주요하게 다뤄져 촬영지 등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 드라마는 제주에서 태어난 소녀 애순과 소년 관식의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다. 총 16부작으로 매주 4회씩 총 4주에 걸쳐 공개되는데, 현재 8회까지 공개됐다. 3막(9~12회) 예고편은 유튜브 공개 하루 만인 18일 조회 수 61만 회를 기록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이 작품은 지난 17일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9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각종 화제성 지표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폭싹 속았수다’는 한국적인 가족 서사의 힘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데, 그런 점이 해외 시청자에게도 잘 통했다”고 했다.
문학을 사랑했던 단발머리 애순이가 소녀에서 엄마가 되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내는 모습은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을 끌어낸다. 시청자들은 “그 시절 비바람을 견딘 우리 모두의 이야기” “평생을 애순이처럼 살았던 엄마가 생각난다” “내 삶과 평행한 것 같아 먹먹한 가슴을 잡고 본다” 등의 시청 후기를 쏟아내고 있다.
제목인 제주도 방언 ‘폭싹 속았수다’는 표준어로 ‘매우 수고 많았습니다’를 뜻한다. 제목처럼 드라마는 저마다의 거친 세월을 견뎌낸 이들에게 때론 공감의 눈빛을, 때론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염혜란,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등이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그 시절을 깊이 있게 그렸다.
‘동백꽃 필 무렵’으로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은 임상춘 작가, ‘나의 아저씨’로 울림을 전한 김원석 PD가 이 작품에서 의기투합했다. K콘텐츠 경쟁력 분석 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검색 반응 조사에 따르면 3월 첫째 주(3~9일) 기준 40대와 50대 이상의 이 드라마 검색 비율은 각각 25.8%와 14.8%였다. 40대 이상이 10명 중 4명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는 30대(31.2%), 20대(22.0%)와 비슷한 수치다.
한국적 가족 서사와 밀도 있는 대사도 세대 경계를 허문 주요 요인으로 언급된다. 시대적인 이유로 꿈을 접어야만 했던 애순, 삶이란 바다에 치여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광례, 서로에게 의지하며 한 시절을 버틴 애순과 관식의 이야기 등은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살민(살면) 살아진다. 손톱이 자라듯이 매일이 밀려드는데 안 잊을 재간이 있나” “남은 한 번만 잘해줘도 세상에 없는 은인이 된다. 그런데 백만 번 고마운 은인에겐 낙서장 대하듯 했다” 등의 대사도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반가운 장소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그대로 간직한 부산 동구 매축지마을은 고등학생인 애순과 관식이 부산으로 야반도주해 찾는 여관 골목으로 등장한다. 부산행 배에 오른 두 사람의 모습은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나라호와 부경대학교 탐사선 나라호 등에서 찍었다.
작품의 배경인 제주도는 ‘폭싹 속았수다’ 효과를 좀 더 톡톡히 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상당 부분 경북 안동에 지은 세트에서 촬영됐지만, 제주도의 노란 유채꽃밭과 김녕 해변, 제주목 관아, 오라동 메밀꽃밭, 성산일출봉 등이 작품 곳곳에 등장한 덕분에 관광 홍보 효과를 누리는 중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