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했던 ‘중도보수 단일화’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승윤·최윤홍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지 불과 사흘 만에 파행 수순을 밟으면서다. 여론조사를 진행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사 방식에 대한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선거 구도는 다시 ‘3파전’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승윤·최윤홍 후보 양측은 지난 15일 이뤄진 단일화 합의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 단일화 파행 사실을 먼저 공개하면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공식 발표는 미루고 있지만, 양측 실무진은 추가 협의 일정도 잡지 않고 이미 각자 유세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한 캠프 관계자는 “중도보수 진영 승리를 위해 단일화에 급히 합의했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18일까지도 여론조사 방법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사실상 (단일화 무산이라는) 결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상대 후보 측 관계자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제시했지만 다른 후보 쪽에서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단일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18일 오후 2시 열린 정승윤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임명식에서도 감지됐다. ‘보수 4자’ 단일화에 참여했던 박수종·박종필·전영근 전 예비 후보는 이날 정승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최윤홍 후보가 진정으로 부산 교육을 걱정한다면 중도보수 승리를 위해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들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날 최윤홍 후보는 단일화나 정 후보에 대한 메시지는 내지 않았지만, 부산다문화중학교를 방문하고 ‘학교 안전 네트워크 구축’ 등 정책 공약을 발표하는 등 독자적인 유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내달 2일 부산시교육감 재선거가 보수·진보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두 후보는 졸속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가 유권자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유선 100%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지금이라도 3~4일 만에 가능하다. 하지만 구체적 사항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측이 단일화 파행을 공식화하거나, 20일까지 여론조사가 시작하지 않으면 선거 구도는 ‘3파전’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도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김석준 후보는 18일 오후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출정식을 열고 선거 캠프를 본격 가동했다. 지역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각계각층 인사 500여 명이 모여 ‘매머드급’ 진용을 갖췄다는 게 김 후보 측 설명이다.
한편,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는 20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이날 김석준 후보는 오전 7시 30분, 최윤홍 후보는 오전 8시에 서면교차로에서 출정식을 진행한다. 정승윤 후보는 오후 4시 부전역 앞에서 거리 유세에 나선다. 새 교육감 임기는 당선 결정 직후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