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트럼프의 디지털자산 전략과 한국의 기회

입력 : 2025-03-26 18: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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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미국, 암호화폐 제도권으로 유입
천문학적 국가 부채 해결 전략
중국 대량 매도 맞서 국채 수요 확대

한국, 실생활에 블록체인 접목
디지털자산 강국으로 도약 가능
부산 주도 디지털진흥 정책 펼쳐야

미국이 디지털자산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배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 아래,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국가 부채 해결과 글로벌 금융 패권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미국의 경제 주권을 재정의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근본 목적은 천문학적 국가 부채 해결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창의적인 이중 전략을 구사한다. 첫째,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이다. 미국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 정책 차르 데이비드 색스는 “국가 차원의 비트코인 보유 계획이 디지털자산 정책 중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했다. 백악관 디지털자산 실무그룹은 미국의 금 보유량을 현재 시세로 재평가해 확보한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할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둘째,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미국 국채 수요 확대 전략이다. 미국 공화당 빌 헤거티 상원의원이 발의한 ‘스테이블 코인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보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테더와 같은 주요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이미 상당량의 미 국채를 보유 중이다.

중국이 미중 갈등으로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상황에서,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제2의 큰손’으로 국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며,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수조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흡수할 잠재력을 가진다.

한때 세계 디지털자산 시장의 중심 국가로서 암호화폐 거래량 세계 1위를 기록했던 한국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격상시키고, 일본이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안, 우리는 규제에 막혀 정체되고 있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는 한국형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의 최적지다. 대한민국 제2 도시로서, 세계적인 항만과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미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어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미국의 비트코인 비축 전략이나 중국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중심 전략과는 다른 ‘제3의 길’을 걸어야 한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통화체계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CBDC를 적극 추진하며, 미국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기존 금융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려 한다.

한국은 실사용 중심의 블록체인 도시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를 중심으로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블록체인 기반 ‘동백전’을 도시 페이먼트 시스템으로 재설계한다. 지역화폐인 동백전을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여 시민들의 일상 경제활동이 투명하게 기록되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이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며, 유동성 공급과 안정적인 가치 보장을 담당한다. 둘째, 블록체인 기반 시민 커뮤니티와 투표 시스템을 구축한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로 시민들의 의견이 왜곡 없이 도시 정책에 반영되는 참여 민주주의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시민들이 도시 예산 집행과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셋째, 첨단 보안 기술을 활용한 프라이버시 보호 시스템을 구축한다. 의료기록은 보험사, 환자, 병원 등 이해관계자에 따라 접근 권한을 차등화하고, 행정문서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영지식 증명 기술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도 정보의 진위만 검증할 수 있어,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부산이 블록체인 도시로 진화한다면, 시민들의 일상에서 생성되는 실증 데이터는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대규모 블록체인 실증 사례는 기술의 성능과 확장성, 보안성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데 필수적인 자산이 될 것이다. 도시 운영 과정에서 쌓이는 노하우는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으로 발전한다.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과는 다른, 실생활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도시 모델을 통해 디지털자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디지털자산을 국가 전략으로 활용하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디지털자산은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닌, 국가 경쟁력과 금융 주권이 걸린 전략적 영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를 통해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금, 우리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전략을 세워야 한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를 중심으로 과감한 디지털자산 진흥 정책을 펼칠 때, 한국만의 제3의 길이 열릴 것이다. 미래를 위한 선택, 그 중심에 부산 블록체인 특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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