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진 경남 산청·하동 산불이 열흘 만에 마침내 진화됐다. 산청·하동 산불을 마지막으로 전국 대형 산불이 모두 진화된 가운데 산림 당국은 잔불 감시 체제로 전환됐다. 정부는 영남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하자 산불을 비롯해 미국발 통상 리스크, 내수 부진 등에 대응하는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여야에 공식 제안했다.
30일 경남도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산청·하동 산불은 오후 1시께 주불을 잡고 진화율이 100%를 달성했다. 21일 산불이 시작된 지 213시간 만이다. 이는 산림청이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두 번째로 오래 탄 산불이다.
이번 산불로 산청 지역 1158ha, 하동 지역 700ha 등 1858ha의 산림이 소실됐다. 특히 산청 지역에서는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불이 번지면서 130ha 안팎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역 주민 2158명이 대피하고, 주택과 공장, 사찰 등 84곳이 불에 탔다.
앞서 지난 28일 오후에는 울산시 울주 온양읍 산불이 생채기를 남긴 채 사그라 들었다. 대운산을 중심으로 발생한 온양 산불은 지난 22일부터 엿새간 임야 등 931ha를 태우고 진화됐다. 이는 울산 역대 산불 가운데 가장 큰 피해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되어 일주일 동안 5개 시군을 할퀸 경북 산불은 지난 28일 일주일 만에 주불 진화 작업이 완료됐다. 현재 잔불 재발화 방지를 위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남긴 터라 경북 북부 지역은 복구와 일상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산불로 발생한 산림 피해 면적은 4만 5157ha로, 대구 면적의 약 3분의 1이 소실됐다. 주택 피해는 3000채를 넘어섰고, 이재민도 3700여 명에 이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0일 기준 전국 산불 사상자는 사망 30명, 중상은 9명, 경상 36명 등 모두 75명으로 확인됐다.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을 통해 550억 원의 성금이 모금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 “산불 피해 지역민들의 조속한 복귀를 위한 지원이 긴요하다”며 “또 통상 리크크에 주력 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서민들의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