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티빙·웨이브 합병 조건부 승인…새 정부 ‘메가 K-OTT’ 신호탄

입력 : 2025-06-10 14: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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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단계 통합 조치로 유통 주도권 확보 기대
“내년까지 요금제 유지”…실제 합병 시점은 미지수
업계 “1년 반 합병 지연 아쉬워”…주주 동의 관건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해 10월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2회 국제 OTT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 및 OTT 기업대표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해 10월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2회 국제 OTT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 및 OTT 기업대표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국내 OTT 시장에서의 수평결합 심사결과 요약. 공정위 제공 국내 OTT 시장에서의 수평결합 심사결과 요약. 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 간 기업결합 신고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새 정부의 K-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정책 드라이브가 본격화했다.

양사 합병 시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지난 5월 기준 1127만 명으로 넷플릭스(1450만 명)에 육박하며 단일화된 토종 OTT로 K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을 되찾고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정위는 10일 국내 OTT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다만, 내년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공정위가 이날 티빙과 웨이브 간 임원 겸임을 승인한 것은 양사 간 이사 파견이 가능해졌다는 뜻으로, 경영권 구조에 변화를 주는 사전 단계의 통합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CJ ENM과 티빙은 웨이브의 이사 8인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인, 감사 1인을 자신의 임직원으로 겸임하도록 하는 합의서를 지난해 11월 웨이브와 체결한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다만, 공정위는 내년 12월 31일까지 티빙·웨이브가 각사의 현행 요금제를 유지토록 했다. 결합 상품 출시로 인한 구독료 인상 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2026년 말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라는 시정조치도 부과했다.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된다면 현행 요금제와 가격대·서비스가 유사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해 역시 내년 12월 31일까지 유지해야 한다. 공정위가 이런 조건을 부과한 것은 국내 사전 제작콘텐츠 중심 유료구독형 OTT 시장에서 두 회사의 결합으로 일부 실질적인 경쟁 제한 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OTT 시장 상위 4개 업체가 3개 업체로 줄어 새 회사의 가격 설정 능력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이용자 수 기준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33.9%), 티빙(21.1%), 쿠팡플레이(20.1%), 웨이브(12.4%) 순이었다.


공정위 제공 공정위 제공

공정위는 “향후 OTT 시장에서는 티빙 및 웨이브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 유력한 경쟁사업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OTT 시장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 및 혁신성장이 촉진될 수 있도록 OTT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 조건부 승인을 기반으로 콘텐츠 투자 확대, 서비스 혁신,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본격적인 합병 시너지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직후 K콘텐츠 육성과 토종 OTT 플랫폼 강화를 위한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실질적 합병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 OTT 플랫폼 육성을 통한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K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유통 주도권과 수익은 넷플릭스 등 외국계 플랫폼이 독점하는 구조인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작사들은 재투자 여력과 주도권 상실이라는 위기에 빠져 있었고,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이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주목받아 왔다.

개별 플랫폼으로는 글로벌 공룡들과의 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통합 플랫폼이 콘텐츠 투자 확대, 플랫폼 운영 및 제작·유통의 효율화, 서비스 혁신과 이용자 혜택 증진, 해외 진출 기반 마련 등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의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큰 관문이기는 했지만, 실제 합병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들이 여전하다. 공정위 승인이 곧 합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합병이 성사되려면 양사 주주 전원 합의가 필요하다.

티빙과 웨이브는 이미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명확히 찬성하지 않으면서 절차가 1년 반 동안 지연됐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새 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합병의 열쇠를 쥔 KT가 계속 같은 입장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과정에서 여전히 남은 가장 큰 숙제는 KT의 동의를 받아 본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는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점점 강화되는 등 국내 OTT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시점에서 아직 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도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입장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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