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그룹이 카자흐스탄 내 은행 본점 개소로 중앙아시아로의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내에서는 가장 국민소득이 높고 경쟁성장률이 높은 국가로, 중앙아시아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BNK금융은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중앙아시아 트라이앵글 거점 구축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의 본격 진출을 꾀한다. BNK금융은 카자흐 은행 법인을 디지털 기반의 중소기업 특화 전문은행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 알마티에서는 BNK 카자흐 은행(BNK 커머셜 뱅크) 본점의 개소식이 열렸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계 금융회사에 은행업 라이선스를 내어준 후, BNK 커머셜 뱅크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다. 이날 개소식에는 카자흐스탄의 마지나 아빌카시모바 금융감독원장, 비탈리 뚜투시킨 중앙은행 부총재, 베라 김 국회의원(하원), 신 안드레이 신라인 대표 등 50여 명의 현지 정부, 공공기관, 재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개소식에서 BNK금융그룹 빈대인 회장은 디지털 기반의 중소기업 특화 맞춤 경영과 원칙·공정을 지키는 경영, 카자흐스탄 정부 정책에 발 맞추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아빌카시모바 금융감독원장은 “카자흐스탄 경제의 46%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고 중소기업 투자는 카자흐스탄 경제 전략에 있어 우선적인 분야”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유지하며 BNK가 카자흐스탄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개소식 행사는 알마티 시내 중심가 BNK 커머셜 뱅크 본점 야외에서 개최됐다. 카자흐스탄 전통 유목민 의상을 입은 이들의 등장과 전통 음악이 현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빈 회장은 이날 “지난 2018년 카자흐스탄에 설립한 BNK캐피탈 법인의 은행업 전환은 그룹 최초의 해외 은행법인 설립이라는 측면에서,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구조적 변화라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중앙아시아 지역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풍부한 자원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은행법인 설립을 통해 BNK의 해외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개소식에는 빈 회장을 비롯해 BNK부산은행 방성빈 행장, BNK캐피탈 김성주 대표 등 임원 6명이 참석했다. 임원들은 이날 개소식 후 키르기스스탄과 라오스로 이동해 현지 중앙은행 총재와 면담을 갖고, 현지 영업 현황을 점검한다.
빈 회장은 “카자흐스탄에서는 그동안 BNK금융이 축적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이 강점으로 작용해 정식 은행업 설립인가까지 받게 됐다”면서 “BNK의 강점을 현지 상황에 맞게 현지화하는 것은 물론,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100% 비대면 소상공인(SME) 특화 영업 전략 등을 펼쳐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BNK캐피탈이 은행업 전환으로 얻게 된 카자흐스탄 내에서의 공식 명칭은 BNK 커머셜 뱅크다. BNK캐피탈의 자회사로, BNK금융지주의 손자회사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BNK 카자흐 은행으로 칭한다.
은행업 정식 인가 후 조직은 5부문, 25부, 8팀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6월 말 기준 144명의 인력이 BNK 카자흐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BNK 카자흐 은행의 총자산은 약 5300만 달러(약 714억 원), 대출 자산은 약 3700만 달러(약 504억 원) 규모다.
BNK 카자흐 은행의 핵심 고객층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이에 더해 차량구매 고객, 한국기업과 교민기업(고려인) 등도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량구매 고객을 위한 오토론은 카자흐스탄 내에서 2022년 11만 건(2조 원)이던 것이 2024년 23만 건(5조 원)으로 배 이상 ‘폭풍성장’했을 정도로 큰 시장이다. 또한 알마티에 있는 44개 한국 기업과 8개 공공기관, 11개 교민기업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펼쳐나간다. 이미 업무협약을 맺은 신라인 그룹과는 콜라보 상품과 패키지 상품 등을 만들어 현지 공략에 나선다.
BNK금융은 최근 스페인으로 가 유로존 최대 금융 그룹인 산탄데르 은행과 카탈루냐 지방에서 시작해 스페인 3대 은행으로 성장한 카이샤은행등을 벤치마킹 해오는 등 해외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2012년 부산은행의 첫 해외지점인 칭다오 지점 설립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모두 9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7개 법인, 3개 지점, 3개 사무소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했다.
BNK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영업네트워크를 확보했다”면서 “글로벌 사업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기라 판단되는 만큼, 선별된 시장에서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