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000억 부산 국립영상박물관 ‘증발’ 위기

입력 : 2025-11-26 2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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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체부 북항 건립 추진
기재부 예산 심사서 대폭 축소
부산시도 부지 모색 늑장 대응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유치가 유력했던 4000억 원대 규모의 국립영상박물관 건립 사업이 증발 위기에 처했다. ‘영화도시’ 부산에 걸맞는 영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 정권 교체로 사업 추진 ‘골든타임’을 놓치며 예산은 500억 원대로 주저앉았다. 현재로선 부산 유치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정부의 무관심 속 문화 지방균형발전을 이끌 대규모 사업이 시작도 전에 어그러지게 생겼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던 4000억 원대 규모의 국립영상박물관 건립 사업이 지난 8월 기획재정부 예산 심사를 거치며 500억 원대 규모로 대폭 축소됐다. 약 8분의 1로 사업 규모와 계획을 대폭 쪼그라뜨린 것이다.

국립영상박물관 건립 사업은 문체부 주도로 진행돼 왔다. 박물관과 현재 서울에 있는 영상자료원 이전을 함께 꾀해 ‘영상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체부가 당시 책정한 사업 부지 규모는 약 2000평대, 사업비는 부지 구입비 등을 포함해 총 4000억 원대에 이르렀다. 국립영상박물관과 영상자료원 유치 장소로는 부산 북항 일대가 유력하게 검토됐다. 올 초 문체부는 북항 건립을 전제로 사전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교통접근성과 넓은 부지 등의 이유로 직접 부산 북항을 지목해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정권 교체 이후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지난 8월 기재부는 예산 심사에서 기존 4000억 원대 예산을 500억 원대로 8분의 1 가량 삭감했다. 건립 방식도 형태도 달라졌다. 기재부는 기존 신규 건립 방식이 아닌 노후 건물 리모델링 방식으로 전환했고, 문체부에서 진행하던 ‘문화예술 명예의 전당’ 사업과도 통합했다. 이에 따라 명예의 전당 구축 사업(150억 원), 국립영상박물관 구축 사업(150억 원), 영상자료원 이전 사업(200억 원)의 리모델링 비용만 남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물론 문체부도 지역균형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재부가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폭 예산을 축소했음에도, 사업 주체 부서인 문체부가 소극적으로 나선 것은 정권 교체기 공직사회 복지부동 탓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영화도시’ 부산의 방점을 찍었을 뻔한 대규모 사업이 정부 부처의 일관된 무관심 속에 날아가게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순 문체부의 구체적인 제안에도, 부산시의 적극적인 부지 모색이 늦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의 건립 부지 관련 용역은 올 3월이 되어서야 시작돼 기재부 예산 심사가 마무리된 8월께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부지 확정에 나섰더라면 비상계엄이라는 변수 이전에 기재부에 구체적인 계획안을 제시해, 기존 계획안대로 예산이 반영됐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산 유치 사업 추진은 일단 중단된 상태다. 사업이 축소되는 동안 경기도 등 타 지자체에서 유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부산 유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몇 곳을 제안했지만 대규모 노후 건물을 찾기가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라면서도 "정부 부처와 최대한 협의해 유치를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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