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정치권 지형 변화… 뒤집힌 여야 역학관계 [계엄 1년]

입력 : 2025-12-01 2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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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친윤 퇴조 현상 두드러져
친한계 역시 소수파 머물며 약세
민주, PK 권력 탈환 발판 마련
가덕신공항 등 현안 목소리 키워

12·3 비상계엄 1년을 이틀 앞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위)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각각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국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1년을 이틀 앞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위)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각각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국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은 탄핵과 조기 대선을 연쇄적으로 야기하며 여야 역학 관계를 뒤집었을 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의 지형마저도 크게 바꿨다.

PK 정치권을 주도해 온 국민의힘의 경우, 이전까지 주류를 형성됐던 친윤(친윤석열)계의 퇴조가 두드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와 인수위원회, 집권 이후 당 요직을 차지하며 정책, 인사 등 여권 내부의 주요 결정을 주도해 왔다. 대표적인 친윤 핵심 인사로는 울산의 김기현 박성민, 경남의 박대출 정점식 윤한홍, 부산의 박수영 의원 등이 꼽힌다.

이들은 계엄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위, 탄핵 반대 집회 등을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을 ‘윤 어게인’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지난 대선 당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시나리오를 주도했다가,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결과적으로 대선 환경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런 요인들이 중첩되면서 한때 개인 계파가 있다는 말이 돌 정도였던 이들의 당내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PK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친윤 핵심들도 입지도 상당히 축소됐다. 일부는 특검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 아니냐”면서 “이제 ‘친윤’이라는 수식어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친윤계와 대척점에 섰던 친한(친한동훈)계가 그 빈자리를 메운 것도 아니다. 울산의 대표적 친한계였던 김상욱 의원은 탄핵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대립하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부산 친한계인 조경태 정성국 정연욱 의원 등도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다수의 적대감 속에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지역 내에서 소수파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6선의 조 의원은 자신이 친한계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면서 수적으로는 세가 더 약해졌다. 이들 친한계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중앙 정치에 집중하면서 지역구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친윤도, 친한도 아닌 중립 지대 인사들은 당의 전반적인 우경화 분위기 속에서 활로를 쉽사리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내 대표적 중도파로 분류되는 정책위의장인 김도읍 의원은 장동혁 대표의 삼고초려로 지도부에 합류했지만, ‘계엄 사과’, ‘보수 통합’ 등에서 장 대표와 시각 차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선의 이성권 의원은 뜻이 맞는 당내 중도 성향 현역들과 수시로 모임을 가지면서 당 정상화 이후를 모색하는 중이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요즘 PK 국민의힘을 보면 구심점도, 지향도 없는 모래알 정치, 각자도생의 결정판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지난 총선 당시 PK에서 의석수가 더 줄어든 민주당은 계엄 이후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을 앞세워 PK 지방 권력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PK 여권의 주력이던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가 친명(친이재명)계로 흡수되면서 오히려 지역 내 친명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도 보인다.

PK 여권은 최근 가덕신공항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키우는 모습이다. 다만 전재수 해수부 장관을 제외한 PK 민주당 현역 5명이 얼마 전 BNK 회장 인선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가 “노골적인 관치 시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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