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주유소 기름값은 최근 5주 연속으로 올라 운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의 경우, 올해 1월에 기록했던 L당 1730원에 가까워지면서 연중 최고치에 바짝 근접했다.
이처럼 기름값이 최근 계속 오른 이유는 1470원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 때문이다. 여기에 11월부터 유류세 인하분이 일부 환원되면서 기름값을 상승시켰다. 기름값 상승은 주유비, 제품 생산비 등을 끌어올려 소비자물가에 바로 전이된다.
1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58.55달러를 기록하면서 전일보다 소폭 떨어졌다.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84만 배럴로 한달 전보다 4만 4000배럴 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WTI 가격은 올해 1월 15일 80달러에 이르기도 했으나 이후 등락이 이어졌고, 10월부터는 6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부산 휘발유 가격은 1일 기준 L당 1725원으로 올해 1월 23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가격 1730원에 근접했다. 국제유가와 국내 기름값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례적 현상인 것이다. 부산 경유 가격은 1645원으로 지금이 연중 최고치다.
경유 차량 운전자 이경진(부산 수영구·43) 씨는 “최근 주유를 할 때마다 가격이 올라 있어 다음엔 내리겠지 하며 조금씩 주유를 해왔는데, 갈 때마다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면서 “기름값이 오르면 운송비 상승으로 결국 다른 물가도 같이 오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화로 판매하는 국내 기름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11월부터 유류세 인하율이 휘발유는 -10%에서 -7%로,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부탄은 -15%에서 -10%로 조정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지속적인 하락 흐름을 보여 다음 주부터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고, 경유 가격 또한 상승 폭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