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온하던 어느 겨울 밤 10시 27분, 갑작스런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는 대한민국의 행로를 송두리째 바꿨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쳐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전면에 내세우며 개혁 드라이브라는 이름의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강경 노선을 고수하면서 외연 확장에서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오는 3일이면 12·3 비상계엄이 1년을 맞는다. 정치권에서는 비상계엄 1년을 계기로 양당 모두 기조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6·3 조기 대선의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전면에 내세우며 각종 개혁 입법을 밀어붙였고, 3대 특검법, 노란봉투법, 방송 4법 등 윤석열 정부 시절 무산됐던 법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했다. 여기에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대표가 당대표에 선출되면서 여당의 기조는 더욱 굳어졌다. 민주당은 12·3 불법 비상계엄 1주년을 이틀 앞둔 1일 ‘2차 특검’ 추진과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를 언급하며 내란 청산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편 민주당의 강경 노선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야당과의 협의 없이 입법을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단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은 거센 반발 여론에 하루 만에 사실상 철회됐고,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압박이 이어지면서 입법·행정 권력을 가진 여당이 사법부까지 흔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대장동 항소심 포기 논란까지 더해지며 여당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은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과 조기 대선 패배 이후 여전히 수습 국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계엄 사태 직후 당은 탄핵 찬반을 기준으로 반탄·찬탄 진영으로 갈라졌다. 대선 이후 취임한 장동혁 대표는 내부 쇄신보다는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대여 공세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당 내부에서는 강경 노선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0·15 부동산 대책,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에 연이어 공세를 펼쳤지만 윤 전 대통령 면회, “우리가 황교안이다” 발언 논란 등으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장 대표의 ‘강경 일변도’ 전략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계엄 사태에 대한 분명한 사과 메시지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후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방해 혐의를 받는 추경호 의원의 구속 여부를 기점으로 향후 대응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될 경우 다수 의원에게 ‘내란 공범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
당내에서는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강성 지지층 의존에서 벗어나 윤 전 대통령과의 결연,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해 중도층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계엄의 강’을 건너야 하고 민주당 역시 ‘내란 프레임’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엄 1년을 계기로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멈추고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