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후반 세계 석유 시장은 ‘세븐 시스터스’로 불린 미국과 유럽의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장악했다. 미국의 엑손·모빌·쉐브론·텍사코와 영국의 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프랑스의 토탈을 일컫는다. 이들 기업은 독과점을 통해 생산, 정제, 유통, 판매 등 석유 산업과 가격을 통제했고, 산유국들은 주도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다.
거대 석유 자본의 횡포에 맞서 1960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창설했다. OPEC은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로 전 세계를 강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는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을 돕는 서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비롯했다. OPEC은 당시 인위적 감산을 통해 가격을 기존보다 약 4배나 올렸다. 1978~1981년 제2차 오일쇼크는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발생했다. OPEC은 시장 불안을 이용해 원유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려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했다.
원유 매장량 세계 6위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 1일 OPEC을 탈퇴했다. UAE는 1967년 아부다비 토후국 시절 OPEC에 가입했으며, 1971년 UAE 건국 이후에도 회원국 지위를 유지해 왔다. UAE의 59년 만의 결별 선언은 OPEC 의사 결정을 주도해 온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독립 선언’을 뜻한다. UAE의 하루 원유 생산 능력은 480만 배럴이다. 하지만, 고유가를 겨냥한 사우디의 감산 정책에 번번이 가로막혀 300만~350만 배럴 생산에 그쳐 불만이 쌓여 왔다. 이번 중동전쟁 발발 뒤 이란의 보복 공습 집중으로 UAE가 처한 안보 위기를 사우디가 방치한 부분도 탈퇴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OPEC 내 3위 원유 생산국인 UAE의 이탈로 사우디 주도의 60여 년 ‘오일 카르텔’에 상당한 균열이 생긴 셈이다. 감산과 증산을 통해 유가를 좌우해 온 기존 구도가 흔들리면서 중동 중심의 에너지 패권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카르텔의 가격 통제 기능이 약해지고, 산유국들의 ‘자국 우선주의’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공급자 간 가격 경쟁 심화로 원유 수입국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지, 석유 시장 혼란만 커질지 예단하긴 어렵다. 중요한 대목은 원유의 세계 공급망 질서가 급변한다는 점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새판을 짜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