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병이나 재활용병에 담아 밀봉한 새 제품처럼 속인 가짜 생수. 동래경찰서 제공부산에 사는 직장인 김 모(36) 씨는 몇 달 전 출장 차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 들렀다. 하룻밤을 머물기 위해 그는 시내의 한 모텔에 방을 하나 구했다. 방 안 작은 냉장고엔 500mL들이 생수병 2개가 들어 있었다. 김 씨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열고 물을 들이켰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생수병보다 용기가 다소 딱딱하다고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모텔 생수병에는 제조회사나 제조 일자도 표기돼 있지 않았다.
김 씨가 마신 '공짜 생수'는 알고 보니 재활용을 위한 빈 생수병에 정수기 물을 담은 '가짜 생수'였다.
공병이나 페트병 재사용
기준치 최대 83배 세균 득실
동래서, 업주 등 19명 입건
부산 동래경찰서는 이처럼 비위생적인 물을 일반 생수병에 담고 새 제품인 양 속여 손님에게 제공한 혐의(먹는 물 관리법 위반)로 유흥주점 업주 A(52) 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과 경남, 경기도와 전라도 일대에서 모텔이나 주점,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이들은 빈 병 제조·판매업체로부터 사들인 빈 생수병 2만 1천 개와 마시고 버린 것을 재활용한 생수병 등에 정수기 물을 담아 시판용 생수인 것처럼 내놓고 손님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미개봉 병뚜껑을 재사용한 생수병에 끼운 뒤 처음 열면 '딱'하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손님들은 해당 생수를 마치 밀봉된 새 제품으로 착각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만들어진 가짜 생수병은 전국 모텔과 대형 주점 등에 다수 공급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이 수질검사를 한 결과, 재사용된 생수병에 담긴 물에는 식수 기준치(100CFU/mL 이하)보다 최대 83배가 많은 일반 세균(200~8,300CFU/mL)이 검출됐다. 지난해 10월에도 생수병을 재사용해 물을 담아 뚜껑을 갈아 끼운 뒤 손님들에게 제공한 업주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수기 물이지만 기준에 맞는 살균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고, 페트병을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급속도로 번식했다"며 "제조원과 먹는 물의 공급원, 제조 일자 등이 표시되지 않은 제품을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밝혔다. 민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