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6-01-06 17:09:38
배우 김다미가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다미에게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는 여러 의미에서 ‘처음’을 안긴 작품이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았고, 극한의 수중 촬영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연기적 한계를 시험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다미는 새로운 조건과 선택이 겹친 이 작품을 ‘분명한 전환점’이라고 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라며 “수중 촬영을 할 때 고생한 기억이 있어 한동안 물이 싫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에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와 ‘PMC: 더 벙커’로 긴장감 있는 연출을 선보여온 김병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 먼저 공개된 뒤, 지난달 19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김다미는 극 중 인공지능 연구원이자 여섯 살 아들을 홀로 키우는 엄마 안나를 연기했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책임과 아이를 지켜야 하는 개인의 감정이 동시에 놓인 인물이다. 김다미는 캐릭터를 준비하며 “모성애를 강조하는 연기보다 ‘인간이 가진 사랑의 근본적인 감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엄마라는 정체성이 완성된 인물이 아니라,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놓인 인물로 안나를 바라봤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스틸컷. 넷플릭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김다미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엄마 역할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또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을 먼저 설득해야만 연기가 가능한 캐릭터라 감정 조율이 더 어려웠다고 했다. 김다미는 “매 촬영일 아침마다 감독과 한 시간가량 대본을 두고 토론을 했다”며 “수학 공식처럼 복잡한 대본을 감독님과 하나씩 풀어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수중 촬영은 또 다른 시험대였다. 물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공간에서의 연기는 체력 소모가 크게 필요한 작업이었다. 김다미는 “제가 찍었던 작품 중에 가장 힘들었던 작품인 것 같다”며 “물이라는 공간은 제어할 수 없는 환경이었고 체력 소모가 정말 컸다”고 말했다. 한 컷을 찍고 나면 긴 휴식이 필요해 현장에서 촬영과 휴식을 반복해야 했고, 촬영이 없는 날에도 체력 관리를 위해 운동을 이어갔다. 물속에서의 연기는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았단다. “이런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니터를 보면 그 얼굴이 안 보일 때가 많았어요. 생각보다 연기를 더 과하게 해야 담기더라고요. 일반 촬영보다 10배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치고 한동안은 물이 싫어질 정도였어요.”
‘대홍수’는 김다미에게 배우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잘 해낸 부분을 인정하고 자신을 칭찬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다미는 “예전에는 늘 아쉬운 점부터 먼저 보였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힘들었던 과정 자체를 잘 이겨냈다는 점은 인정해주고 싶어졌다”며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보니, 한 시절의 제 모습이 작품 안에 남는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모습의 제가 담기게 될지, 저 스스로도 궁금해요. 장르, 캐릭터 가리지 않고 욕심나는 작품이면 뭐든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