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은 본관. 한은 제공
정부가 지난해 국방비를 일부 미지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달 일시 자금 부족으로 한국은행에서 5조 원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7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은에서 5조 원을 일시 차입했다. 지난 9월 14조 원을 차입한 뒤 석 달 만인 12월 다시 돈을 빌렸다.
정부는 세입과 세출 사이 시차가 발생해 자금이 부족해지면 한은에서 잠깐 돈을 빌렸다가 되갚는 일시 대출 제도를 활용한다. 이는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개설해 필요할 때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통’을 많이 사용할수록 세출에 비해 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로 조달하는 사례가 잦다는 의미다. 재정 집행과 세수 흐름의 불일치가 커질수록 이용 규모가 커지는 특징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연간 누적 16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한은에서 빌려 썼다. 이는 2024년(173조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계엄·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웠던 지난해 상반기 88조 6000억 원에 이어 대선 후인 하반기에도 75조 9000억 원을 차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1580억 9000만 원의 이자를 한은에 납부했다.
정부가 지난달 5조 원에 달하는 급전을 빌려 쓰고도, 일부 부처 예산을 제때 집행하지 못한 것은 나라 곳간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국방부는 작년 연말까지 각 군과 방위사업체 등에 지급했어야 하는 총 1조 3000억 원 규모의 국방비를 아직 지급하지 못한 상태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한은 마통을 남발하면서도 가장 시급한 국방비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곳간 관리 실패”라며 “야당 시절 한은 일시 차입을 맹비난하던 이재명 정권이 집권 후 차입에 의존하는 것은 내로남불식 재정 운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