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2025-11-16 20:30:00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또 다른 일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원격근무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일하는 방식으로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와 여행지에서 일·휴식을 병행하는 워케이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주목되는 점은 원격근무가 지방소멸 대안으로 급부상한다는 사실이다. 각 지자체들이 기업을 유치할 수 없다면 지역 인재들이 원격근무로 타 지역 소재, 특히 수도권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대기업 유치 노력을 펼쳐지만 그 성과가 크지 않은 데 따른 해법으로 보고 있다.
부산은 특히 원격근무 활성화 최적지로 꼽힌다. 부산은 지역 내 대학에서 미래 핵심 분야인 과학기술이나 디지털 신산업 부문 전공자를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건강한 도시다. 반면 도시와 산업 퇴조로 빠르게 일자리가 감소하는 ‘위기의 도시’이기도 하다. 두 간극을 메울 새로운 시도가 바로 원격근무다.
선도적인 일부 대기업은 이미 원격근무를 도입, 지방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1800명가량이 근무하는 모바일메신저 서비스 기업 라인플러스 직원은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이들은 부산은 물론 제주, 광주, 강원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원격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다. 고향이나 머물고 싶은 곳에 살면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길 원하는 인재들이 원격근무를 택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 15.9%가 원격근무의 한 형태인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지방소멸을 겪고 있는 일본은 2014년부터 원격근무 활성화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격근무를 ‘텔레워크’라고 부른다. 일본 비수도권 지역의 원격근무 비율은 2018년 13.8%에서 점점 증가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던 2021년 23%까지 늘었다 지난해까지도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격근무 기업들이 지리적 제약을 넘어 더 넓은 인재 풀에 접근할 수 있게 기업~인재 네트워크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지사 사무소 설립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수는 적지만 인재는 풍부한 부산에는 원격근무가 청년 유출을 막을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은 미래 핵심 산업이자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군으로 분류되는 과학기술, 디지털 신산업군 전공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은 이들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2022년 기준 부산은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관련 전공자를 배출하지만, 과학기술 인재의 순이동자 수는 2만 1635명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부산의 관련 전공자의 1인당 일자리 수는 2023년 기준 0.07개에 불과하다. 관련 일자리 절반 가까이가 월급 300만 원 미만이다. 대졸 이상 인재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원격근무는 ICT(정보통신산업) 분야에 적용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한 IT업계 인사 담당자는 “직원은 같은 기준으로 뽑기 때문에 지방 거주 직원이나 수도권 직원 간 실력 차는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원격근무 채용으로 한층 더 넓어진 인력 풀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근무 프리랜서인 김동인(23) 씨는 “원격근무 덕분에 부산에서도 충분히 경력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