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11-17 20:00:00
야간과 주말 소아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2014년 도입된 ‘달빛어린이병원’이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야간·주말 아동 의료 공백 해소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 16개 구·군 중 8곳에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없고 운영 중인 8곳의 병원 중 6곳은 주말 야간에는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병원 이용이 ‘하늘의 달 따기’라는 부모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해운대구 A소아과가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중단했다. 의사 1명이 병원을 그만두자 이를 대신할 인력을 구하지 못 해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오후 6시 이후와 토·일·공휴일에도 만 18세 이하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이다. 부산 달빛어린이병원 수는 2023년 4개에서 2024년 8개로 늘어났고, 지난 5월 금정구에 신규 병원이 지정된 뒤 9개가 됐으나 해운대구 A소아과의 중단으로 다시 8개가 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동·서·북·사상·부산진·남·수영구 등 8개 구에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없다. 운영 중인 병원도 8곳 중 6곳이 토·일·공휴일 오후 6시 이후에 문을 닫는다. 나머지 2곳도 오후 10시 이후엔 운영하지 않는다. 야간 소아 환자가 발생하면 상급병원 응급실 외에는 아이가 진료받을 곳이 없다. 응급실에 가더라도 소아청소년과 담당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달빛어린이병원이 없는 지역에선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 등에 ‘원정 진료’를 떠날 수밖에 없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까다로운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조건도 병원 확대에 발목을 잡는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병원에 2인 이상 근무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소아 환자 진료 건수 1만 건 이상, 또는 최근 1년간 진료 환자 중 소아 비율이 50%를 넘는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지역에서 배출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인원도 한정적인 상황인데다 ‘일정 규모’라는 기준은 소아 인구가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더욱 충족하기 어렵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의사제 도입 등 근본적인 지역 의료 인프라 구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역 기반 소아과 의사가 늘어나면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에 필요한 의료 인력 수급도 수월해질 가능성이 높다.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는 “최근 소아내분비 전공 교수가 부산에 없어 환자가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생기는 등 지역 소아 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하다”며 “현 상황에선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싶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할 수가 없는 만큼 지역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