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2026-02-03 16:50:19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 노란색 바탕이 장애인 본인용, 흰색 바탕이 보호자용. 연합뉴스
지난해 부산에서 장애인자동차 표지(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를 부정 사용해 적발된 건수가 55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지 재발급 과정에서 회수되지 않은 표지를 비장애인이 악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제도 실효성을 높기 위해서 시민 인식 제고와 표지 발급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장애인자동차 표지 부정 사용으로 적발된 건수는 모두 558건이다. 해운대구가 190건으로 전체 3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강서구(93건), 부산진구(49건)가 뒤를 이었다.
부정 사용 적발은 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이용 과정에서 신고 등으로 이뤄진다. 표지를 부착한 차량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이용, 공영주차장 주차 요금 감면, 유료도로 통행 요금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데, 그중 주차 구역을 이용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운대구의 경우 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 등 장애인 주차 구역이 많은 대형 백화점이 밀집해 있어 적발 건수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선 구청에서는 부정 사용 원인으로 낮은 표지 회수율을 꼽는다. 현행법에 따르면 장애인 1명당 표지는 1대 차량에만 발급된다. 차량을 판매하거나 폐차할 경우 기존 표지를 반납한 뒤 새 표지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회수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산 16개 구·군에서 재발급된 표지는 3277개다. 전산 조회가 어려운 금정·동래구를 제외한 14개 구·군에서 회수한 표지는 절반 미만인 1469개(44%)에 그쳤다. 지난해에만 1800개 넘는 표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실제 지난해 8~9월 사하구에서는 타인 명의로 발급된 표지를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가 2건 있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회수 이후 재발급이라는 지침이 있으나, 표지를 잃어버렸다고 하면 분실 사유서를 받고서 재발급해줄 수밖에 없다”며 “반납을 강제할 수도 없기에 모든 표지를 회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표지 부정 사용은 장애인에게도 피해를 주며 제도 실효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 주차면 수 2~4%에 불과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비장애인이 이용할 경우 장애인이 주차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표지 발급 때 부정 사용 사례를 알리며 시민들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대구청은 올해 장애인 24명을 고용해 아파트 단지, 전통시장, 해수욕장 등 주차 수요가 많은 곳을 중점으로 부정 사용 의심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표지 발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량이 아닌 장애인 개인에게 표지를 직접 발급해 실제 당사자만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오남용 방지를 위한 유효 기간 지정과 처벌 강화 등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뉴욕 등 해외에서는 표지의 정기적 관리를 위해 유효 기간을 지정해 놓았다”며 “일정 기간마다 갱신 의무를 도입하면 표지 부정 사용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