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딜레마에 놓였다. 내수 부진과 정국 불안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인하할 경우 불안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6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 기준금리는 3.0%다.
시장에서는 추락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경기를 감안해 인하에 무게를 좀 더 두는 분위기다. 국내외 기관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1%대 중반까지 하향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이는 ‘실기(失期)’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 상황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 등 내수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다.
만약 금리가 낮아진다면 작년 10·11월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연속 인하 기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무려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연 2.00%로 낮췄다.
다만 고공행진 중인 환율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등은 금리 인하에 있어 걸림돌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60~1470원대에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이어진 정국 불안에 미국의 고용지표가 연일 호조를 보이며 이른바 강달러 현상이 강해진 탓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 경기가 워낙 좋은 탓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이 크게 후퇴했고, 심지어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난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환율 방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환율은 단숨에 1500원을 넘을 우려가 있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 부과 등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을 예고하는 점도 불확실성으로 거론된다.
경기 부양과 환율 안정이라는 딜레마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하와 동결 전망이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BNP파리바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치 불안, 항공기 사고 등은 소비심리를 추가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물가 오름세 둔화, 가계부채 증가폭 축소, 경기 하방 위험 확대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을 볼 때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