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나한테 딱 맞는 옷이 뭘까요?" (인터뷰)

입력 : 2015-11-06 08: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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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미안해, 부모님이죠. 같이 살다 보니 투정도, 짜증도 가장 많이 내는 것 같아요. 사랑해, 민망한 데 지금 키우는 강아지예요. 고마워, 영화 했던 식구들이요. 찍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에서야 노력이 느껴져요. 조금 더 챙겨드릴 걸 싶더라고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참 쉬운 세 단어지만, 막상 쉽게 내뱉지 못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 출연한 성유리 역시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요청했다. 쉬운 세 단어를. 그리고 "사랑해는 대중이 기대했던 바와 조금 다르다"는 짓궂은 말에 크게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성유리는 "이런 표현을 잘 못 하는 게 공감됐다"며 "마음에 있는 걸 툭 털어놓는 게 쉽지 않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뭔가 표현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트레이닝을 받았던 어린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자기표현이 서툴다"며 "그런 모습이 서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각각의 단어에 부합하는 세 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풀어낸 영화. 이 중에서 성유리는 김성균과 함께 '사랑해'를 책임진다.

극 중 성유리는 까칠한 여배우 서정을 연기했다. 그 옆에는 묵묵히 지켜보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매니저 태영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 생활을 해온 성유리도 태영처럼 기억되는 매니저가 있을까.

그녀는 "어릴 때는 가족 같고, 보호자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숨길 게 많고, 피해야 하는 존재가 된 것 같다"며 "나이 들어서는 일과 관련된 관계가 되니까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고 기억했다. 또 "연기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 좋은 분들이 있었을 텐데, 그분들을 못 알아본 것 같다"며 "나 혼자만 있다는 생각에 아주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또 상대 배우로 호흡을 맞춘 김성균에 대해 성유리는 "착한 사람은 주변에 많이 봤는데 이렇게 순진하고 착한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며 "어떻게 무서운 역할을 했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엄지를 올렸다.

그래도 멋진 훈남과 로맨스를 펼치고 싶지 않았을까. 오히려 "그럼 덜 따뜻하고, '당연히 사랑하겠지'라고 생각할 걸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오빠 잘생겼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참 힘들겠네'라고 답장이 왔더라"고 김성균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는 일화를 건네기도 했다.

김성균의 매력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녀는 "성균 오빠의 매력은 내가 뭘 노력하거나 억지로 하지 않아도 진심이 나오게끔 한다. 그게 순수함 때문인 것 같다"며 "정말 배우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서정은 오랜 무명을 거쳐 지금은 막장 드라마를 전전하는 여배우. 막장 드라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짜증만 늘어나는 인물이기도 하다. 상황은 다르지만, 성유리의 고민도 유사하다. 고정된 이미지로 인해 다양한 작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성유리는 "20대 때는 내 캐릭터를 깨고 싶고, 나를 버리고 싶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나를 찾고 싶은 느낌이다. 나한테 딱 맞는 옷이 뭔지를 알고 싶다"고 설명했다.

'토끼와 리저드' '누나' 등 작은 영화에도 문을 두드렸다. 최근에도 '초록이와 스토커 아저씨'라는 제목의 초단편 영화를 찍기도 했다. 이 작품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때론 '악플'을 접하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과거에는 속상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것조차도 영리하게 이용한다. 성유리는 "경력도 있고 하니까 직설적으로 조언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없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악플을 본다"고 크게 웃었다. 

제대로 지적한 '악플'을 통해 단점을 고치기도 했다. 그녀는 "성유리는 첫 대사 할 때 첫 마디에 악센트를 줘서 어색하다는 댓글을 봤다"며 "민망하거나 어색하면 그런 습관이 있다는 걸 느끼면서 고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때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화려한 컴백이 줄을 이었다. 핑클을 다시 보고 싶은 팬, 당연히 많다. 하지만 유난히 핑클 재결합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전혀 뜻이 없는 것일까.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게 상상이 안 돼요.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웃음) 핑클 타이틀이 없다면 부담이 덜 될 것 같은데, 그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워요. 요정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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