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아빠가 죽은 후 단둘이 살아가던 엄마 자영(한은정)과 딸 유진(공예지)에게 어느 날 동하(조동혁)가 나타난다. 따뜻하고 자상한 동하는 모녀의 마음을 순식간에 앗아간다. 행복한 삶을 꿈꿨던 세 사람의 어긋난 사랑은 결국 파국으로 향한다. 김인식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세상끝의 사랑’은 세 사람을 통해 각기 다른 사랑을 파격적으로 이끈다.
■ 자영에 대해...
한은정은 ‘기생령’(2011) 이후 4년 만에 스크린 복귀했다. 또 영화 필모그래프는 드라마에 비해 약한 게 사실이다. 선택을 신중히 했음은 당연하다.
한은정은 “조금이라도 충격을 줄 수 있는 소재를 찾았고, 소비되는 느낌의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여자가 끌어가는 작품이고, 연기적인 면에서도 뭔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이유를 말했다.
한은정이 연기한 자영은 가족, 사랑보다 자기 일에 더 가치를 둔 인물. 그러면서 동하와의 사랑도 놓치지 않으려는 여자다. 무엇보다 영화가 다룬 파격적인 사랑에 공감하고, 이해했다. 성격도 비슷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신도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이런 복잡한 심리를 잘 표현한다면, 공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영화 속 상황에 대해 자문했을 때 내 생각이 시나리오와 일치했다”고 공감했다.
한은정이 생각한 자영은 ‘멋진 여자’였다. 감정의 연결이 밀도 있게 진행되기보다 점프가 많았다. 이 때문에 더욱더 자영을 연구해야만 했다.
“대사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적었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해야 했죠. ‘세상끝의 사랑’은 자영의 심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묘사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자영은 자존감이 센 여자이자 딸을 사랑하는 엄마라고 생각했죠. 파격적인 소재가 아닌 이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 유진에 대해...
공예지는 2013년 독립 영화 ‘셔틀콕’에서 아픈 첫사랑 은주 역을 맡아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사랑에 빠진 유진을 맡아 전과는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공예지는 “유진이란 인물이 처한 상황을 해결해가는 모습 자체에 흥미를 느꼈다”며 “내가 표현한다면 어떻게 나올지 기대감이 있었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특히 과감한 베드신과 파격 노출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배우에게 노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동시에 엄청난 부담이다.
공예지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결정하면서부터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결정했고, 부담보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고 강단을 보였다.
후배의 파격 노출을 바라본 선배의 마음은 어땠을까. 한은정은 “그만큼 예지의 각오가 남달랐을 것”이라며 “결정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을 거고, 굳은 의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후배의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한은정은 베드신에 임하는 공예지를 보면서 자신의 신인 시절을 잠시나마 떠올렸다. 긴장하면 많은 준비를 해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작품을 많이 한 게 아니라서 현장을 익숙지 않아 하더라”며 “준비를 많이 해와도 긴장하면 잘 안 된다. 어렵게 선택했는데 이왕이면 잘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웃음이다.
선배의 마음에 공예지는 “먼저 다가와 주시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의지하고 믿고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 사랑...
‘세상끝의 사랑’은 각기 다른 사랑이 표현된다.
한은정은 영화 속 자영의 사랑을 ‘현실’이라고 규정했다. 그녀는 “유진하고 동하는 본능에 충실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며 “자영과 동하는 그래도 현실을 인지하고 만난 사랑”이라고 비교 설명했다. 이어 “자영은 뜨겁고 격정적인 마음보다는 덤덤한, 현실주의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공예지는 ‘본능’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영화 속 인물 자체가 다 이기적”이라며 “사랑이란 감정이 사람의 이기적인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감정 같다”고 사랑을 정의했다. 그래도 유진의 사랑에는 공감했다. 공예지는 “유진은 미성숙한 상태고,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자란 아이”라며 “동하가 그걸 채워주는 인물이 아닐까”라고 이해했다.
■ 앞으로...
한은정은 여전히 도회적으로 세련된 이미지가 강하다. 아직 보여줄 다른 모습도 많다는 의미키도 하다. 한은정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
“좋은 캐릭터나 작품을 만나면 ‘세련된 역할 하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묻지 않을까요. 그런 날이 빨리 오는 게 소소한 바람이에요. 또 뚜렷한 목표보다는 연기 생활을 즐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웃긴 이야기지만, 나이가 멈춰서 젊음을 유지하고 싶고요. (웃음)”
공예지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훨씬 더 많은 새내기다.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어떤 길을 가고 싶다고 얘기하기엔 어려워요. 그보다는 솔직 당당하게, 재밌게 지내다 보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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