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좋은 제작자였을지..." vs 김하늘 "성숙한 사랑을..." (인터뷰)

입력 : 2016-01-08 09:38:34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정우성과 김하늘, 두 배우가 멜로 호흡을 맞춘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사랑을 속삭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스크린에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만 같다. 7일 개봉된 이윤정 감독의 ‘나를 잊지 말아요’는 그 어떤 것보다 두 사람의 첫 멜로 호흡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조금만 속내를 들춰보면, 더욱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이 작품은 ‘배우’ 정우성이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다. 극 중 석원의 감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촬영 현장 곳곳에 눈길을 쏟았다. 이전과는 분명 다른 현장이었다. 호흡을 맞춘 김하늘은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고 제작자 정우성을 말했다. 
 
김하늘에게도 이 작품은 특별하다. 올해 3월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나를 잊지 말아요’는 결혼 전 마지막 멜로다. “늘 해온 것이기 때문에 결혼을 앞둔 마지막 작품이라는 특별한 느낌은 사실 없다”면서도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의 얼굴에선 ‘새색시’의 설렘이 묻어났다. 
 
 
■ 배우 정우성, 제작자로 변신해 '1인 2역' 소화

 
정우성은 새로운 영화 후배들로부터 거리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후배들은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그를 같이 일할 '동료'가 아닌 그저 바라만 보는 '대상'으로 여겼던 것. 이를 깨기 위함이 이 작품에 참여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후배들로부터 같이 하고 싶지만 '감히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전해졌다"며 "꿈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같이 작업할 수 있는 동료 의식을 갖지 못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새로운 영화 후배들이 나를 현실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는데, 그걸 깨는 건 선배의 몫”이라고 분명히 했다.

물론 시나리오의 참신함과 완성도는 기본이다. 그는 "단편을 봤는데, 멜로임에도 상투적이지 않아 굉장히 신선했다"며 "장편 시나리오를 받고 개성 있는 멜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제작 여건이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정우성은 직접 영화를 이끌었다. 그는 “제작자 타이틀로 팀을 꾸리고, 현장에 있을 때는 조금 더 피로함은 있더라”라며 “야외 촬영할 때는 모든 걸 다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달라진 모습을 말했다. 연기하면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보게 되고, 스태프들의 피로나 배우들의 심리상태까지 체크해야만 했던 것.
 
제작자이자 배우 정우성을 지켜본 김하늘은 “제작자로서 의상까지 일일이 체크해서 부끄럽기도 했다”며 “캐릭터로 만나는 것과 의상을 입고 어울리는지를 묻는 건 다르니까”라고 낯설었던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물론 정우성은 제작자가 아니었던 배우일 때도 현장의 일원으로 작품에 임해왔다. 전작 '감시자들' 야외 촬영할 때 직접 교통 통제도 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현장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컸다"며 "영화를 같이 완성해가는 동료들인 만큼 동료들의 미숙함을 여유 있는 사람이, 볼 줄 아는 사람이 채워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를 넘어서는 건 경계한다. 그는 "잔소리를 해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화감 조성은 안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선을 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난 언론시사회 당시 "제작자 입장으로 잘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없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최선은 다했나, 지금 선택이 맞는 건가 등 좋은 제작자였는지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메이저와 마이너가 동시에 경쟁하는 구조에요. 당연히 자생력 없는 어린 후배들은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선배들이 예산 규모가 작은 상업 영화의 제작을 도와줘야 한국 영화가 더 건강해진다고 봐요.”
 
 
■ 김하늘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극 중 김하늘이 연기한 진영은 강인한 여성이다. 기억을 잃은 석원과 달리 진영은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안고, 이겨내는 인물이다. 정우성이 "진영의 영화라고 느꼈고, 진영의 영화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강조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하늘 역시 정우성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그녀는 "현장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우선 영화의 중심은 진영에게 있다"며 "우성 선배가 맡은 역은 아이 같은 모습이고, 진영은 그걸 안아주는 느낌이다. 전체적 이미지는 그렇게 가지고 갔다"고 설명을 더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남다른 건 기존에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멜로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멜로 영화가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영화는 가족의 상처를 사랑으로 보듬는 과정이 중심을 이룬다. 극의 흐름도 미스터리 구조를 따른다. 김하늘이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멜로의 남다름 때문이다. 
 
정우성의 존재도 중요한 선택 이유다. 그녀는 "남자 주인공으로 우성 선배가 결정된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실제 느낌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배우마다 색깔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우성 선배만의 색깔이 있고 그게 이 작품의 힘이 아닐까 한다"며 엄지를 들었다.
 
정우성 역시도 처음 호흡을 맞추는 김하늘에 대해 "외형적인 모습으로 인해 어떤 선입견이나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그걸 다 깨는 여배우"라며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해서인지 표현의 폭도 굉장히 넓더라"고 칭찬했다.
 
이 영화를 보고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는 김하늘은 "그동안 결혼 생활에 대한 연기보다 연애하는 감정 연기를 많이 해왔다"며 "그때의 느낌과 이번 영화의 느낌이 왜 다른지 떠올려보니 성숙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숙한 사랑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글쎄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기억이라는 단어가 사랑만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 인생에 있어 기억이라는 게 지우고 싶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죠. 진영을 박수 쳐주고 싶었던 게 힘들고 창피한 기억도 있지만, 그걸 지우기보다 안고 가잖아요. 그 부분을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bstoday@busan.com
 
< 저작권자 ⓒ 비에스투데이(www.bstoday.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