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 중간점검②, 얼마나 만화를 찢고 나왔나, 주요 인물별 싱크로율

입력 : 2016-01-27 11: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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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많은 우려 속에서 출발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순항 중이다. 현재 시청률 6% 이상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원작 웹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웹툰을 드라마 속에서 얼마나 잘 표현해내고 있는지, 각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또 드라마는 웹툰의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 등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해봤다. ‘치즈인더트랩’의 원작과 드라마의 비교분석을.

이번에는 주인공들의 주변 인물을 살펴봤다. 홍설과 유정, 백인호와 관계 돼 극적 긴장을 이끌어 내거나 긴장을 해소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극을 풍성하게 해주는 인물들이다. 이들 역시 각각의 싱크로율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4. 우리는 한 세트, 하나라도 빠지면 섭섭하지. 장보라 = 박민지, 권은택 = 남주혁
 
만약 극 중 캠퍼스 내에서 홍설 혼자 돌아다니는 게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십중팔구 홍설 옆에 장보라와 권은택이 없는 데서 오는 걱정이다.
 
웹툰 속 장보라는 자타공인 홍설의 대변인. 그녀는 ‘다 내탓이오’ 스타일의 홍설을 대신해 부당한 건 모조리 따져준다. 심지어 홍설보다 홍설의 기분을 더 잘 안다. 게다가 자신의 아르바이트 비를 홍설에게 등록금으로 줄 만큼 둘 도 없는 절친이다.
 
이런 모든 부분은 TV 속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남주연(차주영)이 홍설을 음해하고 시기할 때 대신 진상 부려주고, 손민수(윤지원)가 철판을 깔기 시작하자 홍설의 팔을 잡아끌고 맞서 철판을 까는 등 홍설과 시청자들의 ‘사이다’를 담당하고 있다.
 
웹툰에서 귀여운 연하남을 맡은 권은택은 보라와 홍설의 온갖 구박 속에서도 ‘~했어여’ 라는 애교 섞인 말투로 누나들의 엔도르핀을 담당하고 있다.
 
늘 셋이 함께 다니지만 장보라를 좋아한다. 그래서 오영곤이 장보라에 들이댈 때 농구공을 오영곤 안면에 날리기도 하고, 수업 중 장보라 몰카 사진으로 시시덕대는 오영곤의 얼굴을 후려치기도 했다. 남주혁은 이런 권은택을 TV 속에서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렇게 개인별로는 상당히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지만, 홍설까지 셋으로 묶으면 아쉬운 점이 있다.
 
웹툰 속 세 사람이 함께하는 주요 일과는 맛집 탐방이다. 좋은 일, 나쁜 일은 물론 아무 일이 안 생겨도 세 사람은 맛집을 찾아 나선다. 여기서 오는 소소한 재미들이 있지만 큰 의미를 가지는 건 아니라 아직까지는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는 듯하다.
 
장보라와 권은택 두 사람만의 이야기도 드라마에서 없는 부분이 있다. 권은택이 장보라를 좋아하는 장면은 나오지만, 권은택에 대한 장보라의 마음이 아직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웹툰에서는 장보라 역시 권은택에 호감이 있지만, 둘이 연결된다면 혼자 남을 홍설 생각에 주저한다.
 
하지만 이는 원작에서 전반부 뿐 아니라 후반부에도 나오기 때문에 드라마 후반을 기대해볼 법 하다. 나아가 원작에서 아직 연결되지 않는 두 사람이 드라마에서는 결국 연결되며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즐거운 예상도 가능하다. 미래가 기대되는 ‘예비 커플’이다.
 


5. 이건 시트콤이 아닌데. 백인하 ≠ 이성경
 
이성경은 박해진 만큼은 아니라도 꽤나 호응을 얻었던 캐스팅이었다. 서구적인 외모에 유정을 제외한 모두를 업신여기는 듯 한 눈빛과 태도 등 외적으로는 상당히 싱크로율이 높다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드라마 속 백인하는 아직까지는 실망에 가깝다. 원작에서도 경박한 면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웹툰 속 백인하는 평상시에 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 것이 느껴지는 표정과 말투가 특징이다. 하지만 화를 낼 때는 같은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성경의 백인하는 모든 대화가 하이톤으로 이뤄져있다. 또 콧대 높다는 느낌이 아니라 푼수 같은 느낌으로 호들갑을 떤다. 표정 역시 과하게 입꼬리를 올리거나 눈을 치켜뜬다. 그러다보니 유정과 백인호 사이에서 갈등을 부채질 시켜야 하는 데 그냥 겉도는 모양새다.
 
이성경은 분명 열심히 하고 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보인다. 하지만 힘이 너무 들어가보인다. 열정은 좋지만, 힘을 좀 빼보는 건 어떨까 싶다.

6. 두 번째 ‘만찢남’, 김상철 = 문지윤
 
예상 밖의 이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해진의 유정보다 이쪽에 더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왕왕 있다.
 
'치인트'의 첫 번째 ‘발암 담당’이라면 단연코 김상철이다. 원작에서 김상철은 일회성으로 ‘발암 유발’ 포지션을 가지는 손민수나 오영곤에 비해 이야기 내내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한다. 팀플 무임승차, 팀원에 떠넘기기, 박한 점수는 남 탓하기, 놀 거 다 놀면서 시험 족보 강요하기, 심지어 족보 훔치고 남에게 덮어씌우기 등 민폐 총 집합 캐릭터다.
 
문지윤은 이런 김상철을 드라마 속에서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스트레스도 입체적이 됐다. 김상철은 일단 큰소리부터 친다. 이후 자신이 아쉬운 게 있으면 되지도 않는 애교를 부린다. 그래도 안 먹히면 큰 덩치로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다만 원작 속 김상철은 덩치는 커도 살집은 없이 탄탄한 외모였다. 하지만 극 중 김상철은 ‘놀부심보’라고 쓰인 것 같은 살들이 여기저기 붙어 얄미움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덕분에 의외의 ‘만찢남’, 아니 만화보다 더한 남자가 되어버렸다.

사진=웹툰 ‘치즈인더트랩’ 캡쳐, tvN ‘치즈인더트랩’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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