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복면가왕'의 가왕 자리 주인이 12주 만에 바뀌었다. '여전사 캣츠걸'의 6연속 가왕 도전은 아쉽게 실패로 끝났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존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김연우)',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거미)'의 4연승을 넘어 5연승이라는 기원을 이뤄낸 그녀의 족적을 짚어봤다.
1월 31일 방송된 '복면가왕' 22대 가왕결정전에서는 5연승을 이어가던 캣츠걸이 '우리동네 음악대장'에게 가왕 자리를 넘겨주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가면을 벗은 캣츠걸의 정체는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대로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었다. 폭발적인 무대매너와 강렬한 보컬 같은 가수로서의 역량에서부터 사소한 손동작까지 매주 증거가 드러나 온 시청자들이 다 그녀의 정체를 추측하고 있었다.
결국 가면을 벗어던진 그녀는 "벌거 벗은 느낌이다"고 말해 시원하면서도 부끄럽다는 속내를 전해 판정단과 시청자들의 박수를 자아냈다.
캣츠걸은 지난해 11월 22일 방송된 17대 가왕전에서 먼저 4연승을 기록했던 코스모스와 생방송 '복면가왕'이었던 '감성보컬 귀뚜라미(조장혁)'가 함께한 3파전에서 두 사람을 꺾고 처음으로 가왕 자리에 올랐다.
18대 가왕전 방어전 무대에서 캣츠걸은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을 폭발적인 고음과 절절한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이를 통해 '남극신사 펭귄맨(투빅 지환)'을 꺾고 2연승에 성공했다. 당시 김구라는 "원작자보다 잘 부른다"고 칭찬하기까지 했다.
캣츠걸은 19대 가왕전 무대에는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들고 나왔다. 이때는 18대 가왕전과는 다르게 무대를 휘저으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 결과 '나를 따르라 김장군(이지훈)'을 꺾고 3연승을 기록했다.
'천하무적 방패연(노을 전우성)'과 맞붙은 20대 가왕전에서 캣츠걸은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선보였다. 구슬프고 애절한 목소리로 2주만에 다시 분위기를 전환한 그녀는 코스모스, 클레오파트라의 4연승과 타이기록을 세우게 됐다.
캣츠걸은 21대 가왕전에서 박진영의 'Swing my baby'를 선곡했다. 그녀는 흥겨우면서도 엄청난 무대 장악력으로 좌중을 사로잡아 '파리잡는 파리넬리(KCM)'에 13표 차이 신승을 거뒀다. 캣츠걸은 이 승리로 역대 최초 5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러나 22대 가왕전에서는 기존의 파워풀한 무대나 고음, 애절한 감성을 다 배제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불렀다. 앞서 보였던 다섯 번의 매력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지만 도전자 음악대장에게 자리를 내주며 6연속 가왕 등극에 아쉽게 실패했다.
캣츠걸로 5회 연속, 10주 연속 가왕 자리에 오른 차지연은 장기집권 만큼이나 그녀의 노래에 대한 호불호 논란이 길게 이어졌다.
차지연의 창법은 강한 진성을 바탕으로 감정을 밀어넣는 방식이다. 이는 가성과 진성을 부드럽게 오가며 감정 따라 흐르는 김연우나 거미와의 창법과는 정 반대.
마치 통곡하는 듯한 차지연의 노래는 감정선이 강렬하고 폭발적인 에너지가 돋보인다는 호평과 음정이 자꾸 어긋나고 너무 지르기만 한다는 불호로 의견이 나뉘곤 했다.
특히 뮤지컬 배우 출신답게 노래 뿐 아니라 몸동작이나 손짓까지 폭발력을 가졌고, 이 역시 노래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와 안 된다로 의견이 갈라지기도 했다.
이는 '편견 없는 보컬리스트들의 대결'이라는 '복면가왕'의 슬로건과도 배치된다는 주장이 있다. '복면가왕'은 어디까지나 듣는 음악을 중요시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차지연의 무대는 보컬 이외의 것으로 승부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차지연의 보컬은 최고급으로 손색이 없으며, 김구라의 "합법적인 선에서"라는 심사평처럼 그녀의 몸짓은 어디까지나 보컬을 보조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복면가왕'의 프로그램 특성상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모두가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은 차지연이 보컬적인 역량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자질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게 비록 마니아적인 면이 없진 않지만 10주 넘게 그녀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과 앞선 가왕들과 여러모로 다른 면모를 보였던 가왕이었다는 것은 기억될만한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차지연은 생일이 2월 22일이다. 22대 가왕전에서 22표 차이로 내려왔다. 그녀의 재미있는 기록이다.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 캡쳐
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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