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간 대국의 승자? 바로 전 인류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을 앞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파고에 대해 설명했다.
알파고에 대한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단상에 오른 에릭 슈미츠 회장은 "과거 30년 간 인공지능은 혹한기였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고 결국 우리는 세계 바둑 챔피언에 도전장을 내게 됐다"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에릭슈미츠 회장은 대결의 결과를 두고 "승자는 결과와 상관 없이 전 인류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거듭될수록 모든 인간이 유능해지고 훌륭해질 것"이라고 전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어 자리에 오른 데미스 하사비스는 먼저 왜 바둑이라는 게임에 관심을 둔 이유와 작동 알고리즘을 설명했다.
데미스는 바둑을 두고 "인간이 만들어 낸 게임 중 가장 복잡한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바둑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직관력, 패턴 인식 능력, 계획 수립 능력 등이 요구된다. 때문에 많은 기술자들은 인공지능이 바둑을 마스터하도록 오랜기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데미스는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기는 어렵다며 "바둑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이다. 워낙 탐색 공간이 거대해 무작위 대입방식으로는 효과적인 대국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프로 바둑기사는 이 같은 엄청난 많은 경우의 수를 다 고려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가장 좋은 수를 찾는다. 때문에 데미스가 중점을 둔 부분은 직관력이다.
그래서 알파고는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하지 않고 높은 가능성 상위 셋 안에 드는 수만을 찾아 착점하게 된다. 이것이 알파고의 핵심이다.
이어 데미스는 알파고의 강점으로 피로하지 않다는 것, 상대방을 겁내지 않는 다는 것을 꼽았다. 물론 기계기 때문에 가능한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알파고가 둘 수 없는 이세돌 9단만의 수를 발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데미스는 앞선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에서 "알파고는 매 순간 향상이 이뤄진다"고 이야기 했다. 이에 "그렇다면 첫 대국 이후 다음 대국 때 알파고의 실력 향상이 이뤄지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데미스는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있지만 하룻 밤 새 실력 향상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기 위해선 최소 수 천개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 향상에 있어 도움 되는 대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데미스는 알파고의 설명을 마치고 인공지능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앞서 에릭 슈미츠 회장이 말한 "승자는 인류"를 다시 이야기 했다.
데미스는 알파고의 강력한 학습능력이 인류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글은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 중 의료·보건 분야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의료진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틀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데미스는 "물론 지금은 게임을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년이 걸리겠지만 더 많은 연구와 도전으로 극복하겠다"고 덧붙였다.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과거 인공지능이 인류에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데미스도 이를 언급하며 중요한 것은 '윤리성'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은 강력한 도구지만 가치 중립성을 띕니다. 때문에 인간이 이걸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므로 윤리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구글은 '윤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인류에 기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구글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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