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학교' 종영, 행복한 결말에도 웃을 수 없었던 이유

입력 : 2016-03-09 08: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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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월화드라마 '무림학교'가 모두의 행복한 결말로 종영됐다. 잃었던 가족과 원하던 사랑도 모두 찾았다. 다만 사건의 개연성과 시청률은 아쉬움을 남겼다.
  
8일 방송된 '무림학교' 마지막회에서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천의주 열쇠를 찾기 위한 모습이 그려졌다. 윤시우(이현우)는 과거 심순덕(서예지)에게 선물로 건넸던 목걸이가 천의주 열쇠의 조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녀가 위험에 빠질 것을 직감했다. 시우는 곧바로 순덕을 찾아 강원도로 떠났다.
 
그러나 아버지 왕하오(이범수)의 자리를 물려 받기 위해 이성을 잃은 왕치앙(이홍빈)은 시우에 앞서 순덕을 먼저 찾는데 성공했다. 치앙은 순덕에게 자신과 함께 모든 것을 누리자며 함께 떠날 것을 제의했지만, 순덕은 시우를 우려했다. 왕하오의 손에 천의주의 열쇠가 들어간다면 무림학교가 공격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순덕은 천의주 열쇠를 치앙에게 건네고 우정을 택했다.
 
모든 것을 이루고 왕하오의 칭찬까지 들었지만 치앙은 마음이 편치 못했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줬던 시우를 비롯한 무림학교 친구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 결국 치앙은 천의주의 마지막 열쇠조각을 왕하오에게 건네지 않았고 열쇠와 함께 절벽에서 떨어져 버리지만, 왕하오는 아들의 팔을 잡으며 마지막 순간 권력보다 가족을 택했다.
 
이후 7년 뒤의 모습이 그려졌다. 황선아(정유진)는 황무송(신현준)에 이어 무림학교 총장이 됐고 순덕은 교수가 됐다. 시우는 무림 학교에서 작곡 작업을 하며 순덕과의 사랑이 깊어져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이처럼 '무림학교'는 이론적인 것을 가르치는 일반적인 학교가 아닌 희생 소통 생존을 가르친다는 독특한 소재는 물론, 샘 오취리와 다니엘 린데만, 알렉산더 등 외국 출연진의 등장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가 많았다. 과거 중국의 무술 영화를 연상시키는 액션 장면과 과도한 CG 등으로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가 하면, 한글이 서툰 외국인 출연진들의 어색한 대사도 아쉬웠다. 무엇보다도 이홍빈 이현우 등 주연 배우들의 2% 부족한 연기가 아쉬웠다.
 
물론 관록의 베테랑 배우가 아닌 이들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물과 인물사이, 혹은 사건의 중심에서 기준을 잡아줄 구심점이 필요했다. 신현준 신성우 이범수 등의 배우들이 등장했지만 사건의 중심 주변을 멤도는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무림학교'는 5.1%의 시청률로 첫 출발을 했지만, 이후 평균 3%대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11회는 자체 최저 시청률 2.6%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잡음이 생겨났다. '무림학교' 측과 제작사가 갈등을 빚으며 촬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 '무림학교' 측은 한파 때문에 촬영이 중단됐다고 해명했고 약 일주일 뒤 촬영을 재개했다. 그러나 며칠 뒤 20회로 기획됐던 드라마를 16회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 '무림학교'의 후속작들, 부진 끊어낼까
 

조기 종영으로 인한 4회 분의 기간에는 4부작 단막극 '베이비시터'가 방송된다. '베이비시터'는 행복한 가정의 일상에 파고든 수상한 베이비시터로 인해 겪게 되는 세 남녀의 복잡 미묘한 심리 변화를 박진감 넘치면서도 치밀하게 그려낸 작품.
 
배우 조여정 김민준 신윤주 이승준 등이 출연해 미스터리와 멜로를 넘나드는 장르를 수놓을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김용수 PD는 '베이비시터' 제작발표회에서 "흐름이 격하고 거친 장면으로 가족시간대에 나가기 부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큰 문제는 없다. 훌륭한 장르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주간 방송되는 '베이비시터'에 이어 기대를 모으고 있는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뒤이어 방송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법에 접근하기 쉽도록 풀어낸 시청자 안성맞춤형 이야기다. 누구나 겪어봤을 갈등 속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이 보는 이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
 
특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과 박신양 강소라 류수영 박솔미 김갑수 등 내로라 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침체된 KBS2 월화드라마의 분위기를 뒤짚고 위기를 기회로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부산일보 DB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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