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재단 설립자가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법정 다툼이 5년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24일 대법원은 학교법인 재산형성에 기여한 고(故) 이석구씨와 실제 운영자 역할을 했던 고 조동식씨 모두 설립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이씨의 유족이 학교법인 동덕여학단을 상대로 설립자 기재를 정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의 시작은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덕여학단은 1908년 개교한 동덕여자의숙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1926년 교장으로 재직했던 조씨는 이씨의 재산 출연을 계기로 현재 재단법인의 설립인가를 받았다. 당시 서류에는 설립자가 '이석구 외 1인'으로 적혀있었다.
그러나 재단법인 측은 1959년 정관을 변경하면서 설립자를 두 사람 모두로 표기했다. 3년 뒤엔 "학교는 교장 조동식 선생이 인수하고 설립자가 됐다"고 밝혔다. 이후 현재까지 동덕여학단 측은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조씨를 설립자로 소개하고 있다.
이씨의 손자는 "법인이 설립자를 바꿔 기재해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냈다. 조씨 측은 "재산 출연을 이유로 설립자 호칭을 부여할 수는 없다"며 "당초 설립자를 이씨로 표기한 것은 예우 차원"이라고 맞섰다.
1심은 이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재단법인의 소유 토지 재산 중 90% 이상이 이씨가 출자한 것인 반면 조씨의 출자 비중은 1% 미만"이라며 "대부분의 재산을 출연해 법인설립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이씨를 설립자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2심은 이 같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모두 재단법인 설립자 지위에 있다고 봤다. 이씨의 기여도를 인정하면서도 조씨가 학교 설립을 주도한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재판부는 “동덕여학단은 조동식이 동덕의 교육이념 등을 확립하고 독지가들의 도움을 널리 구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노력하고 이석구가 거액의 재산을 출연해 설립된 것으로 조동식, 이석구 모두 재단법인 동덕여학단의 설립자 지위에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 "상대를 빛나게 하고 자신은 물러서는 미덕을 발휘한 공동설립자 이석구와 조동식 간에 누구를 설립자로 지칭한다고 해서 다른 한 사람의 명예가 훼손될 리가 없다"고 판시했다.
사진=포커스뉴스 제공
박홍규 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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