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박신양이 속이 뻥 뚤리는 연기를 선보이며 안방극장에 감동을 선사했다. 힘과 자본을 겸비한 거대한 세력에 맞선 조들호(박신양)는 점점 '동네 변호사'가 돼가고 있다.
5일 방송된 '동네변호사 조들호' 4회에서는 방화살인사건의 피고인 변지식의 누명을 벗긴 조들호의 항소심이 그려졌다. 공판에서 패한 신지욱(류수영)은 분노에 치를 떨었고, 아들의 범행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 정회장(정원중)은 노심초사했다.
이날 항소심을 앞둔 상황에서 정회장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노광수 방화살인사건의 진범인 아들의 모습이 인터넷에 떠돌며 이슈가 되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영상 속 아들의 등에는 바꿔치기된 증거물 USB에 대한 내용과 사건을 덮으려는 배후인 법무법인 금산에 대한 글이 적혀 있었다.
조들호의 암묵적인 경고임을 본능적으로 느낀 정회장은 금산의 수장 장신우(강신일)에게 이를 전달했다. 정회장의 조종을 받고 있는 장신우는 즉각 김태정(조한철) 변호사를 호출, 뒷처리와 함께 조들호의 철저한 감시를 거듭 요구했다.
조들호는 변지식 사건의 목격자 이말숙 할머니에게 결정적인 증언을 들었지만, 할머니를 증인석에 앉혀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그러나 어느새 조들호의 조력자로 등극한 이은조(강소라)의 도움으로 항소심 당일 이말숙 할머니를 법정으로 모실 수 있었다.
법정에 선 할머니는 조들호의 물음에 장난 반 조롱 반으로 대답하며 법정을 웃음으로 물들였고, 조들호는 난관에 부딪히는 듯 했다. 그러나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할머니의 눈빛은 달라졌다. 그는 "사고 현장을 분명히 봤다"며 희생자 노광수에 대해 "검은 색 두꺼운 옷을 입었고 가방을 들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조들호는 "만일 할머니께서 묘사한 남성이 사건당일 발견된 노광수라면, 노광수의 사인은 방화가 아닌 교통사고가 된다"며 "즉 여기 있는 변지식 씨는 방화범이 아닌 것이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조들호는 당시 관할 파출소에 기록된 경찰의 사건처리 현황과 앞선 변지식의 증언 등을 대조하며 "피고인과 증인이 일면식도 없음에도 증언이 일치한다는 것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들호의 완벽한 증언에 검사 측 신지욱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신지욱은 이말숙 할머니에게 "증인에게는 아들이 있습니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2008년 할머니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것을 언급, 치매 증상을 나타나게해 증언의 효력이 없게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이다. 조들호는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며 재판장에 항의했지만 신지욱은 "쓰러져가며 죽는 아들의 모습을 봤기에 있지도 않은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냐"며 할머니를 윽발질렀다.
이에 할머니는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디냐"고 말하던 할머니는 법정을 돌아다니며 아들의 이름을 울부 짖었고 실신 직전에 위기에 처했다. 신지욱은 웃음기를 띄며 "치매 환자는 증인으로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재판장에 말했다.
조들호는 그런 할머니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또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던 화투를 손에 쥐어주며 "할 수 있습니다"라며 독려했다. 이내 용기를 낸 할머니는 "야 검사놈아. 너 내 아들 본 적 없지. 내 아들놈은 유도를 해서 덩치가 좋다"며 "그 놈하고 깨죄죄한 놈하고 어미인 내가 헛갈린다고? 내가 그 날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증언을 이어갔다.
이어 할머니는 신지욱이 제시한 다수의 사진 중 노광수의 사진을 정확하게 짚어냈고, 조들호 또한 '필살기'였던 바퀴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난 노광수의 우산을 펴며 증거물로 제시된 사진 속 노광수와 같은 포즈를 취하는 쐐기를 박았다. 결국 변지식은 무죄를 선고 받았고 조들호의 항소심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이날 조들호가 승리할수 있었던 것에는 숨은 조력자 이은조의 활약이 있었다. 조들호가 난관에 부딪힐 때면 그의 옆에 나타나 깨알 같은 도움을 주고 있는 그녀다. 특히 극 초반 티격태격하는 케미를 보였던 두 사람이 조금씩 파트너로서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은 드라마의 흥미를 느끼는 관전 포인트다.
물론 아직은 순탄치만은 않다. 조들호는 "그래도 쓸모는 있네"라고 퉁명스럽게 칭찬하면서도 "회사에서 짤리면 내 사무소에는 들어오지 말라"며 귀여운 '철벽'을 치고 있다. 그러나 금산 소속 변호사이면서도 진실을 좇는 이은조의 모습을 보는 조들호도 분명 그녀에 대한 호감이 생겨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핵심 증거인 노란 우산을 펴고 환한 웃음을 짓던 조들호의 표정이었다. 조들호는 바퀴 자국이 찍힌 우산을 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증거물 속 노광수의 표정과 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재판장을 바라봤다. 이 과정에서 이말숙 할머니가 조들호 옆에서 화투장을 바라모며 "비광이네"라고 중얼거렸던 장면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는 신지욱. 그에게 조들호는 성가신 존재다. 어딜가나 인정받는 엘리트 출신 검사지만 조들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검사장이자 아버지인 신영일(김갑수) 조차 "아프겠지만 넌 아직 조들호에게 안 돼"라고 못박으며 그의 전의를 불태웠다.
항소심에서 승리한 조들호지만 기뻐하긴 이르다. 신지욱이 상고심을 통해 복수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 또한 변지식이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진범인 정회장의 아들을 잡아들이지 못했다는 숙제는 남아있는 상태다. 또 극 말미 감자탕집 명도소송 건에 대한 내용이 그려지며 이은조와의 법정 대립이 예고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