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한반도 호랑이 발자취 추적 "조선은 호랑이 왕국, 왜 사라졌는가"

입력 : 2016-04-06 10:20:15 수정 : 2016-04-06 10: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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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이 과거 우리 민족과 고락을 함께 하며 한반도 숲을 호령하던 호랑이의 슬픈 역사를 추적한다.
 
호랑이는 단군 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한국인과 오랜 세월을 함께 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호랑이의 나라 혹은 호담국(虎談國)으로 불렸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 그림은 1만 년 전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에 호랑이가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내용이 무려 635번이나 언급된다. 그야말로 조선은 호랑이 왕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과 100년 사이에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한반도 숲을 호령하며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던 호랑이는 현재 빛바랜 사진과 가죽으로만 그 모습이 남아있을 뿐이다.
 
제작진은 남한 땅에서 자취를 감춘 조선 호랑이의 흔적을 쫓아 추적에 나섰다.
 
제작진은 지난 2015년 말, 뜻밖의 사진 한 장을 제보 받았다. 사진 속에는 몸길이가 3m에 가까운 조선 호랑이인 대호와 대호를 사냥한 것으로 보이는 사냥꾼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제작진은 한국에서 발견된 호랑이 사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단서들을 통해 사진 속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갔다. 그 결과 포항공대 김대진 교수팀을 통해 1896년경에 촬영된 사진임을 밝혀냈다. 1903년께 영국인 바클레이가 전남 진도에서 사냥한 호랑이 사진보다 7년 이른 촬영이다. 

제작진은 또 향토 기록과 후손들의 목격 증언을 토대로 범굴이라 불렸던 진도 호랑이굴에서 당시 섬으로 내려와 서식했던 호랑이의 삶을 들여다본다.
 
호랑이 사냥에 관련된 기록을 남긴 사람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한반도를 찾았던 서양인들이다. 이방인들에게 조선 호랑이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한반도로 모인 서구의 자본가들과 수렵꾼들이 주로 호랑이를 사냥했던 장소는 백두산이나 지리산이 아닌, 전남 해안 일대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영국인 사냥꾼 바클레이는 1903년 전남 진도에서 호랑이를 잡은 일화를 기록으로 남겼다.
      
한반도를 누비던 호랑이는 1924년을 끝으로 이 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제작진은 일본에서 조선 호랑이 박제를 확인하고 국내에 있을지 모르는 조선 범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이 땅에서 실종된 또 하나의 맹수인 한반도 표범 박제를 국내 최초로 발견했다.
 
한반도에서 호랑이보다 반세기 가량을 더 버텼던 표범의 동일 아종은 현재 러시아에 일부 남아있다. 또한 서울대 이항 교수팀의 연구 결과, 연해주와 중국 만주에 사는 아무르 호랑이와 조선 호랑이가 유전적으로 같았다. 조선 호랑이는 한반도 이남에서 지역적으로 절멸한 것이지, 멸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제작진은 서울대 이향 교수의 말을 빌어 아직 한국 호랑이가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향 교수는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사라졌지만, 한국 호랑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한반도 생태계의 건강과 한국 호랑이의 이름을 되찾으려면, 동일종인 아무르 호랑이 550여 마리가 살고 있는 러시아 극동지방을 보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반도에서 범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한반도 호랑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7일 밤 10시 'KBS 스페셜'을 통해 방송된다. 
 


사진=KBS 제공

김정덕 기자 orikim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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