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사처, 공시 토익 도입 취소? 대세는 찬성... '토익위원회의 투명성 필요' 의견도

입력 : 2016-04-20 16:01:59 수정 : 2016-04-20 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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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시생 송모(26) 씨가 공무원 시험 '7급 지역인재' 전형에 응하기 위해 토익 시험에서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토익을 향한 힐난의 칼날이 제기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사건으로 공무원 시험에서 토익을 제외하는 강경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다. 이에 내년부터 7·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토익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계획이 전면 재검토 된다.
 
그간 수험생들은 과도한 환불 수수료, 추가 접수 기간 응시료 증가, 바로 공개되지 않는 점수, 알려주지 않는 채점 내용 등 많은 불만을 제기해오다가 이번 부정 사건까지 겹치자 인사처의 이런 의견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 시험 한 달 전에 접수하는데 추가비용을 내라고?
 
토익 접수는 정기접수 기간과 특별추가접수 기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정기접수 기간은 시험 2달 전에 시작해 1달 전에 끝난다.
 
문제는 특별추가접수 기간이다. 정기접수 기간 이후부터 시험 3일 전까지 약 20여일 진행되는데 접수비가 정기접수비 4만2천원보다 10% 비싼, 4만6천200원이다.
 
심지어 오는 5월에는 파트별 출제문항수 변경 등 토익 개편이 이뤄지며, 정기접수비도 2천500원 오른 4만4천500원이 될 예정이다. 
 
다른 어학시험인 한국어능력시험이나 HSK 같은 경우 시험 한 달 전부터 접수를 시작한다. 결국 토익 주관사인 YBM은 다른 시험들의 정기접수 기간에 토익 특별추가접수 기간으로 대치시켜 돈을 더 받고 있던 것이다.
 
토익 시험 일정도 이 문제와 연관된다. 토익은 컴퓨터 채점이 가능한 OMR로 치뤄지지만 3주 뒤에나 시험 결과가 나온다. 심지어 점수만 나올 뿐 어디서 어떻게 틀렸는지는 알려 주지 않고 있다. 
 
때문에 수험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취업준비생들은 짧은 공채 기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토익 점수가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원하던 점수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특별추가접수를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한다.
 
게다가 원하는 점수가 나온 후 접수를 취소하려면 최대 60%의 취소 수수료를 부담해야한다. YBM은 접수 취소로 비어버린 자리에 다른 수험생이 접수하면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게된다. 과도한 환불 수수료로 부가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공채가 몰려있는 기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취소된 자리가 다시 채워질 가능성은 높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3년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인 모임 등은 취업 준비생 7명과 함께 "응시료 환불 규정은 불공정 약관"이라며 YB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YBM의 손을 들어줬다. 참여연대는 "상당수의 수험생과 취준생이 느끼고 있는 토익 시험의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이런 점이 반영이 안 된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원고 소송을 맡았던 법무법인 위민의 임영환 변호사는 "토익 시험의 일부 불공정 논란에 대해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고 싶었으나 소액재판이었던 점과 원고의 수가 부족했던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된다면 법리적으로 충분히 겨뤄볼만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토익은 'Test of English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의 약자로 미교육평가위원회(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상업 및 국제적 공용어로서의 영어 숙달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시험 제도의 상표명이다.
 
ETS가 토익 문제를 출제하면 한국에서 치러지는 토익 시험의 관리는 YBM 전액 출자로 설립된 국제교류진흥회 산하 토익위원회가 맡는다. 토익위원회도 별도의 계열 법인이다.
 
하지만 토익위원회의 현재 지분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려진 내용이 없다. 때문에 ETS로 빠져나가는 응시료의 10%인 로열티 외의 비용 사용처와 이익 분배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도 알기 힘들다. 토플의 경우는 로열티가 100%다. 때문에 토익의 기형적인 접수 구조 및 환불 수수료 정책 등이 발생된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 토익 도입 및 채택을 폐지한다고? 환영합니다
 
현재 영어시험을 토익 등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고 있는 공무원시험은 5급 공채 행정직과 기술직,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입법고시, 법원행시, 지역인재 7급 선발시험 등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7·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토익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계획이 잡혀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기업에서는 토익 및 말하기 시험인 토익스피킹을 입사 때 혹은 내부 승진에서 영어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으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토익이 수입이 없다시피한 취업준비생들에게 비용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점, 정확히는 영어 공부가 아니라 문제 푸는 스킬이 필요하다는 점, 입사 후 대부분의 업무에서 필요 없다는 점 등의 '토익 무효론'은 이미 수험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공유되는 생각이다.
 
때문에 이번 인사처의 '토익 폐지' 입장에 많은 수험생들은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 두 달 동안 응시료와 학원비, 교재비, 스터디비용 등 토익에만 50만원을 넘게 썼다는 종로 한 영어 학원의 수강생 송모(28)씨는 "솔직히 폐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다른 수강생 하모(24)씨는 "원래 국가 차원에서 토익 대체제를 찾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랬던 정부가 공무원 하위직까지 토익을 도입한다는 건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본다. 인사처는 이번 입장을 고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SNS 상에서도 "오랜만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정부". "공무원 시험에 토익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영어 시험 수준은 기존 공무원영어시험이 훨씬 어렵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토익 반대' 의견이 대세긴 하지만 이와 대립하는 의견도 볼 수 있다. 이들은 견고한 기존의 체계를 깨려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한데, 당장 토익이 없어지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폐지보다 비용 조절 등 합리적인 가격 합의와 보안 강화 등으로 충분히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인사처는 "변동 사항이 있을 경우 보완책과 함께 사전에 충분히 고지해 수험생들에게 영향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토익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장애인 편의지원 운영현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향후 유사한 문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부산일보 DB, 트위터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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