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1부리그와 2부리그를 오가던 '언더독' 레스터시티가 0.02%의 확률을 뚫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창단 132년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레스터시티는 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5~2016 EPL 36라운드경기에서 2위 토트넘이 첼시와 2-2로 비기며 1위를 확정지었다.
승점 77점으로 1위를 달리던 레스터시티는 이날 토트넘이 승점 70점이 되며 남은 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올 시즌의 마침표를 찍었다.
1884년 창단해 대부분 1부리그와 2부리그를 오가던 레스터시티는 EPL이 설립된 1992년 이전인 1928~1929년 1부리그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우승에 앞장선 대표적인 선수로는 제이미 바디와 리야드 마레즈, 은골로 캉테를 꼽을 수 있다.
바디는 오전에는 주급 30파운드를 받으며 부목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며 오후에 축구를 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2012년 16억원의 이적료로 레스터시티의 유니폼을 입은 후 이번시즌 EPL의 천문학적 몸값을 자랑하는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 해리 케인(토트넘)과 함께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거듭났다.
빈민가 출신인 프랑스 2부리그에서 뛰던 마레즈는 2014년 9억원의 이적료로 레스터시티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환상적인 드리블 능력과 킬패스 능력을 향상시켜 바디와 환상의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현재 EPL 공격포인트 1위다.
축구선수가 된지 고작 3년 밖에 안된 캉테는 짧은 경력이 무색하게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다. 기본적으로 빠른 스피드에 넓은 시야까지 장착해 상대의 흐름과 공을 끊고 역습으로 연결하는 드리블과 패스 모두 탁월해 중원을 지배하는 면모를 보였다.
이처럼 '가성비'가 뛰어난 이들이 모인 레스터시티 선수단의 전체 연봉은 첼시의 5분의 1 수준인 8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레스터시티의 기본 전술은 많은 약체팀들이 그렇듯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빠른 역습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35라운드 아스널전(2-5패)을 제외하면 3골 이상 실점이 없다. 무실점 경기는 15번이나 된다.
바디가 리그 막판에 징계로 출전 금지를 당한 것을 제외하면 주전 대부분이 징계나 부상으로부터 자유로워 부드러운 선수단 운용이 가능했던 것도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다.
이번 우승으로 레스터시티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게됐다. 경기 수가 늘어난 만큼 선수단을 늘릴 필요가 있는 레스터시티의 향후 행보에 많은 축구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사진=레스터시티 홈페이지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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