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 샨텔 씨 이야기 "5% 혈연관계 찾은 것도 기적인데… 그녀도 입양인"

입력 : 2016-05-08 19:00:55 수정 : 2016-05-10 16: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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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시절 마거릿 씨. 샨텔 제공

6일 본보 인터뷰실에서 샨텔 씨를 만났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원이 쉬는 날 짬을 내어 일부러 부산에 왔다고 했다.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가야사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곳은 샨텔 씨가 부산에 올 때마다 제일 처음 들르는 곳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평화로워지거든요. 제가 처음 발견된 곳이라서 그런가 봐요."

샨텔 씨는 벌써 13년째 친부모를 찾고 있다. 작은 단서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가고, 2014년에는 2박 3일 동안 부산에서 친부모를 찾는 전단 1천500장을 붙이기도 했다. 그런 샨텔 씨에게 최근 좋은 소식이 있었다. 친부모나 형제·자매는 아니지만 유일한 혈육을 찾은 것이다.

샨텔이 찾은 유일한 혈육
마거릿 씨의 사진

"미국서 DNA 분석 통해 혈육 마거릿 씨 찾아
부산 경찰 통해 그녀의 생모 '고갑연' 씨 조회 성공
그러나 사망으로 샨텔의 생모 추적 다시 벽에 부딪쳐
왜 포기하지 않느냐고요?
어떤 입양인도 입양될 것을 '선택'하지 않았으니까요"

■기적 같은 이야기

올해 초 샨텔 씨의 친부모 찾기에 큰 진전이 생겼다. 2010년께 미국 PBS의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다가 알게 돼 DNA 분석을 의뢰했던 웹사이트(www.23andme.com)에서 연락이 왔다. 이 사이트는 DNA 분석을 통해 인종, 혈연관계 등을 알려 준다. 샨텔 씨와 약 5.1%의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마거릿 에린 피치하우저(Margaret Erin Fitch-Hauser·62) 씨였다.

입양 서류에 첨부된 사진
샨텔 씨는 "DNA 분석 결과로 비춰 볼 때 마거릿 씨가 종고모(아버지의 사촌 누이)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점은 마거릿 씨 역시 샨텔 씨처럼 해외 입양인이라는 사실이다. 마거릿 씨는 지난 2월 우연히 알게 된 이 사이트에 DNA 분석을 요청했다. 샨텔 씨와는 다르게 어머니보다는 자신을 낳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고 한다. 마거릿 씨는 백인 혼혈로 한국에서 살 때의 사진과 기록이 일부 남았고, 친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군인이었을 것으로 추측만 할 뿐 미국인인지, 영국인인지, 혹은 다른 참전국 출신인지 항상 궁금증이 컸다고 했다.

최근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스'(한국에서 태어나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돼 서로의 존재를 모르다가 SNS를 통해 상봉한 쌍둥이 이야기)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샨텔 씨도 DNA 분석을 통해 혈육을 찾은 것이다. 샨텔 씨는 "'트윈스터스'를 보면서 지구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쌍둥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러웠다"며 "하지만 마거릿 씨를 만난 것만 해도 행운이고 이를 통해 어머니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샨텔 씨의 13년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경기도 파주 미군 기지 앞에서 찍은 입양 전의 어린 마거릿
■내 이름은 고남미

마거릿 씨의 한국 이름은 고남미(高南美)다. 당시 친권 포기 서류에 따르면 마거릿 씨는 1953년 7월 17일에 태어났다. 친어머니 고갑연(高甲連·당시 30세) 씨가 1957년 8월 10일 친권을 포기한다고 지장을 찍은 서류가 남아있다. '본적은 경상남도 부산시 범일동 662번지, 현주소는 경기도 파주군 조리면 오산리 140번지'로 기록돼 있다. 특히 본적으로 나와 있는 부산 주소는 샨텔 씨가 발견된 가야동과 약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샨텔 씨와 마거릿 씨의 가족이 서로 인근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 마거릿 씨가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파주로 이동한 것으로 미뤄, 마거릿 씨의 친어머니가 군인이었던 마거릿 씨의 아버지를 따라 기지가 있던 파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샨텔 씨는 "마거릿 씨와 화상 채팅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마거릿 씨가 학교에 다닌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오빠인지 동네 소년인지 모르지만 함께 학교로 걸어가던 기억이나 친어머니가 집 밖에서 군인과 싸우던 모습 등이 생각난다고 하더라"면서 "마거릿 씨도 나를 알게 된 것을 반가워했고, 내가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는 데 도움되도록 자신의 정보 추적을 위한 위임장도 써서 줬다"고 밝혔다.

마거릿 씨는 현재 성공적인 삶을 사는 입양인이다. 5살 때 미국 텍사스에 사는 피치 부부에게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미국 앨라배마 주에 있는 오번(Auburn)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교수다. 변호사인 남편과 결혼했으며 자녀는 없고 학자로서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장녀 고남미(마거릿 씨)의 친권을 포기한다는 고갑연 씨의 확인서. 샨텔 제공
■끝나지 않는 부모 찾기

샨텔 씨는 지난달 마거릿 씨로부터 받은 서류를 들고 또다시 부산을 방문했다. 구청, 경찰서를 찾아가 서류상 나와 있는 마거릿 씨의 어머니 고갑연 씨의 정보를 추적한 것이다. 아쉽게도 비슷한 나잇대에서 고갑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2명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샨텔 씨로서는 또다시 장벽에 가로막혔다. 샨텔 씨는 "당사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경찰에서 그 이상 정보를 추적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어쩌면 당시 시대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고 씨가 딸의 입양 사실을 숨겼을 수도 있어 고 씨의 가족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정말 속상하고 아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샨텔 씨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샨텔 씨는 주위에서 왜 계속 친부모를 찾으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냥 지금 그대로의 삶을 살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단다. 그는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간에 나를 포기하거나 키우겠다는 '선택'을 했다"면서 "하지만 어떤 입양인도 입양될 것으로 '선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샨텔 씨는 "좋은 사람에게도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생기듯 나는 항상 친부모가 힘든 삶을 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친부모의 선택이 부끄럽거나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만나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샨텔 씨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저나 마거릿 씨가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있으신 분은 꼭 좀 연락해주세요. 정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의 부산일보 라이프부 051-461-4196.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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