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최대 가해자인 옥시레킷벤키저가 유해성 경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국내 최고의 살균성분제 분야 전문가로부터 직접 경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해외 저명학자의 경고 메일 등과 더불어 옥시 주요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죄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1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옥시가 문제의 살균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첨가한 새로운 가습기 살균제 개발을 검토하던 2000년 중반 옥시 선임연구원 최모씨는 서울 모처에서 생활화학제품 E사 대표 노모(55)씨를 만났다.
이 만남은 옥시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PHMG의 무해성과 흡입 독성 검사 필요성에 대해 자문을 받으려는 목적이었다.
노 대표는 SK케미칼 전신인 유공 바이오텍 사업부장으로 있던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한 인물이다. 또 곰팡이 제거제의 시초인 '팡이제로'를 개발·출시하는 등 살균제 성분물질 용도 특허를 10여건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대표는 최씨에게 "PHMG의 흡입 독성은 국내외에서 검증된 적 없다. 자체적 독성실험을 거쳐야한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노 대표의 얘기를 메모지에 꼼꼼하게 받아적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 의견을 당시 연구소장 김모(구속)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결국 흡입 독성 실험은 생략된 채 2000년 10월 PHMG를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옥시 본사와 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최씨의 메모지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사 과정에서 옥시 측 주요 관련자의 과실 책임을 밝히는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노 대표를 만난 사실과 당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등을 모두 시인했다.
이 한 장의 메모는 제품 개발과 제조를 지휘한 옥시 최고경영자 신현우 전 대표의 처벌로 이어졌다.
사진=부산일보 DB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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