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곡성'의 공식 시사회가 지난 18일 오후 10시(현지시각)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렸다.
이미 두 차례의 한국영화 상영을 경험한 후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라 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었다.
다만, 나는 '곡성' 개봉 전에 유럽으로 건너왔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의 감상평을 직접 들어보지 못했으므로 칸 현지의 반응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왔는데, 다행히 영화는 인터넷 기사 및 리뷰들, 몇몇 매체 관계자들의 전언에 근거한 소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곡성'은 관객들 누구라도 ‘말 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재밌다’, ‘무섭다’, ‘역겹다’, ‘난해하다’ 등의 한 마디로 표현되는 작품이었다면 이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학자, 비평가, 기자, 일반 관객 모두 자신의 관점에서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작품이고, 그 각각의 해석이 모두 틀리지 않을 것이기에-영화가 모든 담화를 반기고 있으므로- 더 매력적이다.
이를 위해 '곡성'은 처음부터 영리하게 재단됐다. 나홍진 감독은 20세기 폭스사가 투자 배급하고,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이 작품에서 '추격자'나 '황해'의 엽기적 잔혹성, 입안을 헐어버릴 정도로 자극적이었던 그의 특제소스를 덜어내는 대신 알만한 양념들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냈다. '곡성'은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조합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이슈에 서 있는 작품이다.
프리미어 시사가 끝난 후, 관객들은 모호한 결말의 여운을 만끽하며 감독과 배우들에게 갈채를 보냈다. 박수소리가 몇 분간 이어졌는가는 기사마다 다르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게스트들이 퇴장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외국인들의 표정은 영화에 매혹된 듯 보였다. 동서양의 종교와 귀신들이 뒤섞이며 현현되고, 까마귀, 닭, 돼지 등 공포영화의 단골 동물들이 총집합되어 있음에도 스스로 어색함을 떨친 채 고고하게 서사를 이끌어가는 당당함이 다른 문화권의 관객들에게도 어필했던 것은 아닐까.
'황해'를 보면서 나홍진 감독의 작품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연출력은 인정하나 방향성은 곤란하다 싶었다. 하지만 '곡성'은 차기작이 궁금해지게 하는 영화다. 그는 어떤 황당한 이야기라도 관객들이 믿도록 만들 것이다. 다음 작품도 칸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글, 사진=칸(프랑스) 윤성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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