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015B의 노래가 생각나는 날 마르세유에서 기차를 타고 칸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2시간 내내 펼쳐지는 프랑스 남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영화제도 역시 파란 하늘, 눈부신 햇살과 어우러질 때 더 흥이 난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영화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빨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로 달려갔다.
테러 방지를 위한 철저한 짐 검사를 끝내고 예쁜 미소와 인사를 건네는 스태프들의 안내를 받아 뱃지와 프레스 패키지를 받는 데까지는 성공, 당혹감을 느낀 건 그 다음이었다.
칸영화제에는 첫 참석이다. 영화 관람 방식부터 프레스 센터 이용까지 배워야 할 것은 너무 많은데 시행착오를 감수할만한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미아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잠시 아무데나 걸터앉아서 책자와 스케줄표를 뒤적이다가 결국 몸으로 부딪쳐보기로 했다. 그런데 곧바로 목적하던 곳들-주로 한국영화 관련 부스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나의 칸 영화제 첫 번째 관람 영화는 경쟁부문 진출작인 켄 로치 감독의 'I, Daniel Blake'였다. 칸과 켄 로치의 궁합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영화의 후반 15분 가량은 그가 지금까지 영화를 통해 성취해왔던 것들, 하고 싶었던 말들을 집약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우리는 왜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좀 먹어가는 것들에 대해 -더이상- 반항하지 않을까.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으로 시작하는 주인공의 순수한 선언이 큰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뜰 때 행복을 느꼈고 그래서 생각했다. 영화 평론가에게 영화제는 놀이공원과 같은 거라고. 내일은 또 어떤 즐거움과 마주하게 될까. 퍼레이드여도 좋겠고, 사파리여도 좋겠다. 심야에 상영하는 '부산행'은 레일이 끊긴 롤러코스터쯤 되지 않을까. 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칸의 첫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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