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이칸저칸] '부산행' '아가씨' '곡성' 그리고 69번째 칸 영화제

입력 : 2016-05-13 16:03:56 수정 : 2016-05-16 0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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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015B의 노래가 생각나는 날 마르세유에서 기차를 타고 칸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2시간 내내 펼쳐지는 프랑스 남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영화제도 역시 파란 하늘, 눈부신 햇살과 어우러질 때 더 흥이 난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영화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빨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로 달려갔다.

테러 방지를 위한 철저한 짐 검사를 끝내고 예쁜 미소와 인사를 건네는 스태프들의 안내를 받아 뱃지와 프레스 패키지를 받는 데까지는 성공, 당혹감을 느낀 건 그 다음이었다.

칸영화제에는 첫 참석이다. 영화 관람 방식부터 프레스 센터 이용까지 배워야 할 것은 너무 많은데 시행착오를 감수할만한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미아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잠시 아무데나 걸터앉아서 책자와 스케줄표를 뒤적이다가 결국 몸으로 부딪쳐보기로 했다. 그런데 곧바로 목적하던 곳들-주로 한국영화 관련 부스들-을 찾을 수 있었다.


 
올해 칸에 초청된 한국 영화 '부산행', '아가씨'는  이번 주말에 상영을 앞두고 있다. '아가씨', '부산행'은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기에 호기심이 충천한 상태, 18일 선보이는 곡성 또한 칸에서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오늘 같은 경우도 조디 포스터의 연출작 '머니 몬스터'가 공개돼서인지 거리는 북적거렸다.

나의 칸 영화제 첫 번째 관람 영화는 경쟁부문 진출작인 켄 로치 감독의 'I, Daniel Blake'였다. 칸과 켄 로치의 궁합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영화의 후반 15분 가량은 그가 지금까지 영화를 통해 성취해왔던 것들, 하고 싶었던 말들을 집약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우리는 왜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좀 먹어가는 것들에 대해 -더이상- 반항하지 않을까.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으로 시작하는 주인공의 순수한 선언이 큰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뜰 때 행복을 느꼈고 그래서 생각했다. 영화 평론가에게 영화제는 놀이공원과 같은 거라고. 내일은 또 어떤 즐거움과 마주하게 될까. 퍼레이드여도 좋겠고, 사파리여도 좋겠다. 심야에 상영하는 '부산행'은 레일이 끊긴 롤러코스터쯤 되지 않을까. 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칸의 첫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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