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학문에 밀려 위축되고 있는 철학 전공자들을 위해 정년퇴임을 앞둔 교수가 지원에 나섰다.
동국대(총장 한태식)는 철학과 최인숙 교수가 한태식 총장을 만나 '철학과 사랑장학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1일 진행된 전달식에는 최 교수와 한 총장을 비롯해 오원배 대외부총장, 양영진 학술부총장, 철학과 유흔우 교수 등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최 교수의 기부는 이번이 두 번째다. 동국대 임용 후 월급에서 가족의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제자들의 몫'으로 꾸준히 저축해온 최 교수는 지난 2011년 적금으로 모은 1억원을 철학과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당시 최 교수는 "순수학문에 속하는 철학의 위상이 낮아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전공자들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기부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제자사랑은 자신과 같은 고충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최 교수의 마음이 담겨있다. 독일 유학 시절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최 교수는 생활비 때문에 빚을 지기도 했다. 교수 임용 후에도 계속 빚을 갚아 나갔기 때문에 최 교수의 기부가 더욱 뜻깊다.
이날 전달식에서 최 교수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분야에서 유서 깊은 전통을 자랑하는 동국대라면 작은 지원으로도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부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이어 "남들보다 여유가 있어서 기부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학과와 제자들을 생각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모아 전달했다. 동국대 철학과가 조금 더 분발해 한 단계 더 성장했으면 한다"는 속내와 바람을 덧붙였다.
한 총장은 "제자들을 위하는 커다란 마음을 전해준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변화하는 시대상과 사회의 요구에 발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철학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화답했다.
동국대는 최 교수의 기부금으로 '철학과 사랑장학금'을 조성하고, 철학과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사진=동국대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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