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혜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한 회였다. 18세, 어린 나이에 마주한 세상의 부조리와 현실의 쓴맛 그리고 가장 사랑하고 믿었던 존재들과의 이별은 어린 소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상속자들’의 차은상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2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3회에서는 고등학생 유혜정(박신혜)이 홍지홍(김래원) 선생님 스캔들과 관련한 오해를 풀기 위해 진서우(이성경)와 만난 자리에서 생긴 방화사건으로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이날 방송에서 지홍은 혜정과 추문에 휩싸였고, 두 사람은 곧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선생님으로서 책임을 지고 싶었던 지홍은 혜정을 지키는 조건으로 학교에 사표를 내고 떠나려고 했다.
방화사건으로 서우는 다쳤고, 혜정은 범인으로 몰려 유치장에 갇혔다. 혜정을 만나러 간 지홍은 그녀의 팔에 생긴 상처를 치료했고, 자신을 걱정하는 혜정에게 “걱정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혜정은 “오늘이 왠지 선생님 뵙는 거 마지막 일 것 같아서요. 이제 면회 오지 마세요. 선생님하고 전 안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사이 혜정의 할머니 강말순(김영애)은 서우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갔다. 혜정을 대신해 서우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군다나 말순은 자신의 주치의였던 진명훈(엄효섭)이 서우의 아버지임도 알게돼 더욱 죄스러운 마음을 가졌다. 이어 말순은 혜정의 면회를 갔고, 어린 손녀로부터 “오지마. 오면 속만 상하잖아.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자”라는 말을 들었다.
말순은 “터진 입이라고 그러는 거냐”며 “어떻게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사냐. 할미 창피하면 버릴 년”이라고 타박했다. 이어 “네가 기회 안줘도 도망치려면 얼마든 도망칠 수 있다. 나 비록 막장이지만 평생 도망쳐본 적 없다”고 덧붙였고, 혜정은 울음을 터트렸다. 또 말순은 자신이 곧 위암 수술을 받는 다는 사실도 알렸다. “걱정시킬까봐 얘기 안했다”는 말순은 “유치장에서 할 일 없이 심심하니 걱정이라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얘기 한다”며 “그러니 너도 살아. 너도 너 위해서 뭔가 해야 해. 네가 불낸 거 아니지? 너 혼자 다 뒤집어쓰지 말고 말해”라고 덧붙였다.
방화사건은 단순한 사고였지만 다친 서우가 변호해주지 않아 혜정은 소년원에 들어갈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천순희(문지인)는 직접 경찰서로 와 자신이 불을 낸 것이라며 혜정을 변호했다. 결국 순희가 혜정 대신 유치장에 들어갔고, 혜정은 서우를 찾아가 무릎을 꿇으며 도와달라 했지만 서우는 이를 외면했다. 다행스럽게도 순희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유치장에서 빠져나오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말순은 위암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집도의였던 명훈의 의료사고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 수술실을 나온 명훈의 태도는 뻔뻔했다. 혜정에게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잘 안됐다”며 “어른들하고 장례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어떤 감정도 깃들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또 그는 혜정과는 얘기하지 않겠다면서 “어른들하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상식 통하는 게 어른이니까”라고 덧붙였다.
말순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홍은 혜정을 찾아왔다. 하지만 혜정은 지홍과 자신이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선생님 사시는 곳으로 가세요. 전 제가 살던 곳으로 가요”라고 말한 뒤 등을 돌렸다.
멀리 사라지던 혜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홍은 무언가를 깨닫고 달려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시 엇갈렸다. 지홍은 “사랑할 때 미치는 건 뇌가 활성화 되고 있다는 증거다. 사랑할 때 미치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다. 난 사랑에 미치는 것을 경계했다. 그래서 대가를 치렀다”며 혜정을 사랑했음을 암시했다.
이후 13년이 지나 의사가 된 혜정과 서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서우가 짝사랑하는 남자 정윤도(윤균상)가 등장하며 앞으로의 인연을 예고했다.
이날 방송에서 혜정을 연기한 박신혜는 60분의 시간을 홀로 이끌어 갔다. 주변 인물들과 자신 사이에 생기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각기 다른 눈물의 의미를 곱씹어 보도록 했다. 하지만 박신혜의 큰 눈망울 덕분일까. 아직까지 지난 2013년 박신혜가 연기했던 ‘상속자들’ 속 차은상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은상과 유혜정은 비슷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온갖 핍박을 받는다. 그런 핍박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감정을 소화하는 눈물의 방식도 비슷하다. 하지만 유혜정은 차은상보다 세다.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개척해나간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물론 결국 의사가 됐다.
혜정의 어린 시절이 은상과 닮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의사가 된 뒤부터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앞으로 달라지는 이 지점에서 박신혜는 어떻게 다른 모습을 표현할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SBS ‘닥터스’ 방송 캡처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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