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 모든 면에서 최악이었던 잉글랜드, 여전히 '뻥글랜드'

입력 : 2016-06-28 10: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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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6' 최대의 이변이 발생했다. 자국 프로리그는 없고 해외 진출 프로와 아마를 합친 축구선수가 100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가 7천개 이상의 축구 클럽이 매년 140여 개의 리그를 펼치는 잉글랜드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유로 16강은 물론 조별 예선 진출 자체가 처음인 아이슬란드는 28일(한국시간) 프랑스 니스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2-1로 침몰시키고 8강전에서 개최국 프랑스와 맞붙게 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아이슬란드의 8강 진출 확률은 14.3%로 평가했다. 축구팬들은 이 수치조차 생각보다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이처럼 압도적으로 뒤쳐지는 수치들을 비웃듯 잉글랜드를 꺾었다. 세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잉글랜드의 패착이 곳곳에서 눈에 띈 경기였다.
 
▲ 최악의 수비진
 
객관적으로 상대가 약체인데다가 전반 3분만에 페널티킥으로 앞서나가 방심한 탓이었을까, 잉글랜드 수비진은 '최악'이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두 골이 터진 상황에서 케이힐과 스몰링 두 센터백은 모두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이에 앞서 수비진을 보호하며 지역방어를 펼쳐야할 미드필드진은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골키퍼 조 하트의 깔끔하지 못한 공처리는 덤이었다.
 
잉글랜드는 상당히 촘촘한 수비진을 펼쳤다. 하지만 강력한 압박은 실종됐다. 역전골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인 다이어의 느슨한 압박에 아이슬란드의 시구르드손이 프리해졌고, 여기에 케이힐과 스몰링 모두 공간을 열어줘 프리슈팅을 내주고 말았다.
 
▲ 단체로 하강 곡선을 그린 컨디션
 
이날 잉글랜드의 주장 루니의 플레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니와 사뭇 달랐다. 플레이메이커에서 프리롤까지 소화한 루니는 심각할 정도로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답답한 잉글랜드 공격의 원인이었다.
 
후반에 루니를 대신해 투입된 잭 윌셔 역시 루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답답함은 공격진도 마찬가지였다.
 
스털링은 조별예선 첫 경기부터 '900억 몸값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날 경기에서도 초반 PK를 얻어내는 것 빼곤 그라운드에 있었는지도 모를 플레이로 혹평을 받았다.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득점왕인 해리 케인은 공격포인트 '0'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활동량은 많았으나 효율적이지 못했다. 특히 부정확한 킥으로 세트피스를 담당해 잉글랜드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다만 후반전 교체 투입 된 래쉬포드만 활발하게 움직이며 고군분투했을 뿐이다.
 
▲ 이해할 수 없는 로이 호지슨 감독의 용병술
 
이 모든 부진은 호지슨 감독의 알 수 없는 전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올시즌 141분만 출전했고 애초에 부상을 달고 있던 윌셔를 차출했을때부터 잡음이 시작됐다.
 
잉글랜드의 전설적 스트라이커인 앨런 시어러는 "선수 컨디션보다는 명성을 우선하는 것 같다"며 "레스터시티의 드링크워터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을 만크 실력도 있고 자신감도 높다"며 선수 선발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결국 최악의 부진을 겪은 루니를 대신해 투입된 윌셔는 루니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EPL 득점왕 출신으로 기대를 모은 해리 케인 역시 마찬가지. 호지슨 감독은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제이미 바디를 제외하고 조별예선 3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전혀 올리지 못한 케인을 또다시 기용하는 악수를 뒀다.
 
심지어 호지슨 감독은 세트피스를 케인에게 맡기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케인의 킥은 아이슬란드 수비진으로 향하거나 휑한 곳으로 떨어지는 등 부정확한 모습으로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번번히 날리게 만들었다.
 
또 대회 내내 존재감을 어필하지 못한 스털링을 또다시 기용하며 랄라나, 래쉬포드, 케인 등의 공격진을 활용하지 못하는 패착을 저질렀다. 결국 호지슨 감독은 탈락 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자국 언론의 "대표팀 역사상 최악의 경기"라는 맹폭격 속에 '유로 2016'을 마감하게 됐다. 잉글랜드가 '뻥글랜드'라는 수치스러운 별명을 벗을 날은 아직까진 요원한 모양이다.
 
사진=유로 2016 홈페이지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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