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반전과 김아중의 '직진 연기'가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일률적인 전개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30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에서는 범인에게 두 번째 미션을 받고 이를 수행하는 '원티드' 방송팀과 경찰 차승인(지현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20.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범인의 첫 번째 미션을 무사히 수행했던 정혜인(김아중)은 이날 두 번째 미션을 받았다. 범인이 보낸 동영상 속 BJ 이지은는 "이 사람이 살인자라는 것을 오늘 밤 증명하세요"라고 말했다. 충격적이었던 건 범인이 제시했던 인물이 어렸을 적부터 현우의 주치의였던 하동민(손종학)이었다는 점이다.
그 뿐만 아니었다. 영상에는 첫 번째 미션 수행 과정에서 가정 폭력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김우진(정욱) 교수가 살해된 채 담겨 있었다. BJ는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았다"는 짤막한 설명을 곁들였다.
혜인의 납치된 아들 현우를 찾기 위해 시작된 리얼리티 방송이지만, '원티드' 방송으로 인해 사람의 목숨이 희생됐다는 사실에 방송팀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신동욱(엄태웅) PD는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뿐"이라며 냉정한 모습으로 팀을 다독였다.
그 사이 승인과 영관(신재하)은 영상 속 드러난 IP를 추적해 주소를 확보, BJ가 있는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현장은 참혹했다. 영상을 통해 김우진의 살해 현장을 목격했지만, 연출일 수도 있다는 조금의 희망을 가졌기에 충격은 더했다.
특히 승인은 현장에 있던 지은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그는 수갑을 차기 위해 손을 스스로 내민 지은에게 "정말 너가 그랬어? 너 정도 체격이면 성인 남자를 저렇게 죽이고 묶을 수 없어"라며 "누구야 이거 시킨 사람"이라고 물었다. 지은은 묵묵부답이었다.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 승인은 그녀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
승인은 '원티드'를 총괄하는 방송사 UCN의 대표 송정호(박해준)에게 찾아가 5억 원을 요구했다. 하동민이 살인범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밝히는 것이 범인의 미션이었고, 그 증거를 가지고 있는 제보자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프로그램으로 쏠쏠한 이득을 보고 있던 정호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고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하동민의 결정적인 범죄 증거를 찾아낸 이는 다름 아닌 혜인이었다. 영관과 함께 하동민의 집을 수색하던 혜인은 가방 속에 있던 여성 시체를 발견, 하동민을 찾아가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혜인은 "살인자라는 말이 꼭 모함은 아닌 것 같다"며 "김상미 간호사. 오늘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됐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하동민은 펄쩍 뛰며 발뺌했지만 혜인은 "방송에 출연해서 사과한다면 사진과 증거를 조용히 묻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방송에 출연해 사과한다는 것은 범인이 원했던 '하동민이 살인자임을 증명하라'는 미션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혜인의 뜻대로 이뤄졌다. 그는 방송에 출연했고, 김상미 간호사를 상대로 살인 청부를 했다는 점과 소아 아동들에게 무료 진료를 빙자해 불법임상실험까지 했다고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리고 사과했다.
이 때 기막힌 반전이 드러났다. 시체로 발견됐던 김상미 간호사가 스튜디오로 걸어나와 모든 것은 진술한 것이다. 하동민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와의 약속을 어겼던 혜인은 "선생님도 환자들과 약속을 어기지 않았느냐"는 말로 시원한 복수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방송 말미 또 다른 불길함이 예고됐다. 범인으로부터 '현우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의문의 주소가 도착한 것이다. 혜인이 걱정됐던 승인은 그녀와 함께 범인이 제시한 장소로 향했고,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곤 말을 잇지 못했다. 혜인은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아 궁금증을 높였다.
김아중이 보여준 반전의 반전은 이날 방송 최고의 백미였다. 아직 극 중 현우를 찾기 위해 갈 길이 멀지만, 시청자들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전효성의 진심 어린 연기도 꽤 인상적이었다. '원티드' 팀에서 화이트 해커 역할의 박보연으로 분한 그녀는 극 중 김우진 교수가 살해당하자 일과 이상의 괴리감을 느낀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선전했다.
걱정되는 점은 따분함이다. 아직 방송 초반이기 때문에 두드러지지 않지만, 범인으로부터 주어진 미션을 수행한다는 '원티드'의 소재 특성상 지루하게 느껴질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범인이 제안한 10회 분량의 생방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덟번이나 이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낄 것이다. 새로운 에피소드의 등장, 혹은 신선함이 추가된 범인의 미션이 필요한 시기다.
사진='원티드' 방송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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