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귀신이 보인다. 그리고 난 귀신을 팰 수 있다. 난 돈이 필요했고 그때마다 귀신을 팼다. 물론 약한 놈들만 팬다. 10억, 딱 10억이 내 인생의 목표다."
어딘가 어설픈 대학생 퇴마사 박봉팔(택연)과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심지어 죽은 이유도 몰라 기억을 찾아다니는 5년차 여고생 귀신 김현지(김소현)의 유쾌한 만남이 시작됐다.
12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가 봉팔과 현지의 만남, 봉팔이 유일하게 아는 사람인 명철스님(김상호), 귀신 동아리 '고스트넷'의 회원 최천상(강기영)과 김인랑(이다윗)의 만남으로 출발을 알렸다.
명성대 경제학과 2학년이자 과탑인 봉팔은 자발적인 아웃사이더다. 어릴적부터 귀신이 보인 탓에 자연스럽게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눈초리를 받았고, 그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릴적 자신에게 붙은 귀신을 떼준 명철스님으로부터 10억만 있으면 영안(靈眼)을 뗄 수 있단 말을 듣고 몰래 퇴마일을 하고 있다.
명철스님은 엄마를 잃고 연락 두절 아버지를 둔 어린 봉팔과 우연한 인연을 맺고 가족이나 다름 없는 사이가 된다. 한때 퇴마에 일가견이 있었지만, '그 때 그 일'로 인해 영적 효험이 예전만 못하다. 이젠 술과 고기를 즐기며 귀신한테 당하기 십상인 한물간 땡중이다.
천상과 인랑은 '고스트넷'에 남은 유이한 회원이다. 인원이 없어 학교로부터 폐부 통지서를 받은 둘은 최근 귀신이 출몰한다는 서이고등학교를 찾아 진짜 귀신 사진을 찍어 신입을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두 사람은 어느날 밤 서이고를 찾아갔지만 어이없게 고양이에 놀라 도망치고 만다.
이 시간 봉팔은 '헬프미'라는 닉네임을 가진 의문의 인물로부터 서이고 귀신을 퇴치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는 원래 두 당 100만원씩 받지만, 급하니까 1천만 원을 준다는 말에 후다닥 달려갔다. 이때 천상과 인랑은 도망치고 있어 간발의 차이로 엇갈리고 만다.
봉팔이 간 곳에 등장한 귀신은 5년차 여고생 귀신인 현지였다. 봉팔은 현지를 보자마자 달려들었지만 제압당하고 말았다. 이후 현지는 동기 귀신 오경자(이도연)를 찾아갔다.
경자는 현지에게 "이번 학교는 어때? 찾았어?"라고 물었다. 알고보니 현지는 자신의 정체와 죽은 이유를 찾기 위해 5년째 전국의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뒤지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현지는 서이고에서도 별다른 힌트를 얻지 못했다.
한 번 실패했던 천상과 인랑은 CCTV 등 장비를 다시 갖추고 귀신이 출몰한다는 서이고 화장실에 눌러 앉아 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명철스님에게 무기를 빌린 봉팔이 다시 현지를 퇴마하기 위해 서이고에 돌아왔다.
현지와 봉팔은 다시 박터지게 싸웠다. 그러다 계단에서 굴렀고 봉팔은 의도치않게 현지를 아래에 깔고 입술에 뽀뽀를 하게 됐다. 이때 현지는 도로 위에 피흘리며 쓰러졌던 과거의 찰나를 기억해냈다.
이 순간 천상과 인랑은 화장실에서 등장한 귀신에 혼비백산 달아나고 있었다. 서이고의 진짜 귀신은 현지가 아니라 화장실 귀신이었던 것. 이 귀신은 여자화장실을 훔쳐보다 죽은 변태 남교사였다.
현지와 박봉팔은 힘을 합쳐 변태귀신을 퇴치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봉팔의 유도심문에 현지는 자신이 '헬프미'였다는 것도 들통나고 만다. 또 이때 도망갔던 천상과 인랑은 봉팔의 모습에서 의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1천만 원을 못 받게 된 봉팔은 다시는 보지 말자고 성질을 내며 현지와 헤어졌다. 하지만 현지는 뽀뽀 순간 과거가 기억났다는 생각에 다음날 다시 봉팔을 찾아갔다. 뭐하러 왔냐는 봉팔에 현지는 "니가 보고 싶어서 왔겠냐? 확인할 게 있으니 잠깐만 가만히 있어"라며 다시 한 번 뽀뽀를 시도하며 다음화를 기약했다.
▲ 합격점 첫 방송, 문제는 '내러티브'
'싸우자 귀신아'는 누적 조회수 7억회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원작의 초반은 유쾌했지만 이후 학생들의 문제나 교육 문제, 사회적인 관심거리를 다루며 재미와 비판을 골고루 갖춘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드라마는 '막돼먹은 영애씨', '식샤를 합시다' 등을 연출했던 박준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유쾌한 분위기에 강점이 있는 감독답게 '싸우자 귀신아'의 첫회는 인물 소개와 관계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 와중에도 '귀신'이라는 소재가 가진 공포감을 자극하는 시각적 효과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택연과 김소현 두 배우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어셈블리' '후아유' 등 주로 어두운 역할을 맡았던 택연이지만 이날 유쾌한 느낌의 연기도 잘 소화해냈다. 귀신이지만 코믹한 모습의 김소현 역시 시청자들을 자동 미소 짓게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첫 회 카메오로 등장한 이세영, 최홍만, 우현 등도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이처럼 첫회는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였지만 중요한 것은 이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다. 제작발표회에서 박 감독은 "원작이 에피소드 단위로 흘러갔지만 드라마는 전체적인 라인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내러티브가 있다는 뜻으로 원작과 어떤 차이점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에 드는 걱정은 '치즈인더트랩'과 '피리부는 사나이'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의 많은 인기에 기대 시작했지만 중반 이후 지지부진한 전개, 집중력을 잃은 이야기 등으로 용두사미꼴이 났다. 때문에 '싸우자 귀신아' 역시 이같은 염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귀신을 소재로 한 tvN 드라마는 하나 더 있다. 박보영과 조정석 주연의 '오 나의 귀신님'이다. 이 역시 납량특집을 표방한 로맨틱 코미디로 평균 7.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싸우자 귀신아'의 성적도 주요관심거리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좋은 출발을 보인 '싸우자 귀신아'는 반은 성공했다. 과연 매주 월,화요일 밤 11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tvN '싸우자 귀신아' 방송 캡쳐
김상혁 기자 sunny10@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