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함을 사수하라'…아이돌이 이름으로 살아남는 법

입력 : 2016-07-14 10: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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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기만 해서는 재미가 없다.”
 
이는 모든 콘텐츠를 비롯해 아이돌 시장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아이돌 홍수 속에서 각종 그룹들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은 ‘독특’과 ‘특이함’을 장착하는 것. 전체 그룹 콘셉트는 물론 이름부터 대중의 눈을 확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데뷔한 걸그룹 구구단을 비롯해 가요계로 컴백한 여자친구, 소나무, 크나큰 등이 그 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로젝트 그룹인 언니쓰, C.I.V.A 등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 첫 반응은 ‘당황’
 
지난 11일 첫 정규 앨범 ‘엘오엘’(LOL)을 발매하고 인기몰이 중인 여자친구는 첫 등장 때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바로 그룹명 때문. 이외에도 데뷔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룹으로는 여자친구의 남자버전인 보이프렌드를 비롯해 최근 데뷔한 구구단, ‘넘나 좋은 것’으로 활동 중인 소나무, 크나큰 등이 있다. 이들의 그룹명은 마마무, 트와이스, 러블리즈 등에 비해 무난한 편.
 
팀명을 받아들이는 데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그 뜻을 파헤쳐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큼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여자친구는 남자들에게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여자들한테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한 여자친구가 되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보이프렌드 또한 비슷하다. 남자친구 같은 매력으로 편안하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소나무는 늘 푸르게,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곱셈 공식을 팀명으로 내건 구구단의 뜻도 알고 보면 꽤 괜찮다. 아홉 명으로 구성된 구구단은 아홉 가지 매력을 가진 아홉 소녀들의 극단이다. 독특하게도 ‘극단’이라는 콘셉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이름을 처음 듣는다면 모두 ‘당황’하다는 반응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친구는 여자 사람 친구를 일컫기도 하면서 남자가 자신의 연인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니 말이다. 소나무는 실제 나무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존 상큼 발랄, 혹은 섹시 등을 예상했던 걸그룹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다는 평이 잇따랐다. 구구단도 마찬가지다. 곱셈 공식을 일컫는 말인 구구단이 걸그룹 이름이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하나 성공한 것은 있다. 이슈몰이는 확실히 했다는 것.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는 아무도 몰랐고, 또 모를 일이지만 확실히 대중에게 이름 자체를 각인시키는 효과는 불러 모았다.
 
이들이 독특하다고 하지만, 과거에도 동방신기,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파격적인 이름이 존재했다. 2004년 다섯 멤버로 데뷔한 동방신기는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라는 뜻을 지녔다. 또 멤버 개인은 ‘영웅재중’ ‘믹키유천’ ‘최강창민’ ‘유노윤호’ ‘시아준수’라는 각기 다른 콘셉트와 이름을 가지고 활동 했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이름은 지금의 여자친구와 비슷한 느낌을 안겨줬다.
 
동방신기,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은 처음엔 다소 당황스러운 반응 속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엔 2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 독특함으로 중무장한 프로젝트 그룹
 
아이돌은 아니지만 독특함으로 중무장해 파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팀이 있다. KBS2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로 뭉친 걸그룹 언니쓰와 Mnet ‘음악의 신2’에서 결성된 걸그룹 C.I.V.A다.
 
‘언니쓰’는 ‘언니들의 슬램덩크’ 멤버 라미란, 김숙, 홍진경, 민효린, 제시, 티파니로 구성됐다. 이들은 멤버 민효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언니쓰를 결성 했다. 민효린은 배우로 널리 알려졌지만 과거 가수 연습생 생활을 했을 만큼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연기를 시작, 지금은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효린은 어린 시절의 꿈을 잊지 못했던 탓인지 꿈을 이뤄주는 프로그램인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걸그룹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 결국 프로젝트 걸그룹이 탄생하게 됐다. 
 
이들은 민효린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의 도움을 받아 ‘셧 업’(Shut Up)을 완성했다. 또 지난 1일 KBS2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데뷔 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셧 업’은 발표 이후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14일 현재까지도 10위권 내에서 분발하고 있다.
 
C.I.V.A의 탄생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음악의 신2’에서 이상민, 탁재훈이 운영하는 가상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연습생으로 등장했다. 이수민, 윤채경, 김소희는 ‘음악의 신2’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걸그룹 C.I.V.A로 데뷔했다. C.I.V.A.는 ‘왜 불러’를 리메이크 해 치열한 연습을 진행했고, 지난 7일 ‘엠카운트다운’에서 데뷔 무대를 치르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들 프로젝트 그룹을 주목할 만한 점은 앞서 밝힌 다른 그룹과 같은 ‘특이한’ 이름이다. 언니쓰의 ‘쓰’는 온라인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투로, 한 초등학생이 친구에게 ‘원남쓰’라고 보낸 문자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 가는 바람에 파행된 유행어를 착안했다.
 
C.I.V.A도 ‘병맛’ 콘셉트다. 씨아이브이에이라고 순화해 읽긴 하지만 영문 그대로 읽으면 ‘씨바’다. 이는 욕을 연상케 하는 발음으로 웃음을 안겼다. 또 쉽게 접할 수 없는 ‘병맛’ 콘셉트인 덕에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사진=부산일보 DB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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