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706경기 출전에 빛나는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병지(46)가 24년의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병지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여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장문의 글로 담백하게 심경을 털어놓은 김병지는 글 말미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렀던 녹색 그라운드를 떠난다. 내 청춘이 머물던 곳, 사랑한다 K리그"라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1992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병지는 24시즌을 현역으로 활약했다. 2016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현역 1998 월드컵 출전자였으며,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 현역 멤버는 현영민만 남게 됐다.
김병지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데뷔 때 꽁지머리에 화려한 염색으로 각인시킨 개성은 24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모적인 요소는 부차적이었다. 보통 골키퍼 포지션은 주목받지 못하는 자리지만 김병지는 축구팬들의 시선을 바꿔놨다. 그는 1998년 포항과의 플레이오프전에서 골키퍼 최초로 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결승전으로 인도했다.
이후 두 골을 추가한 김병지는 이런 임팩트 있는 기록 외에도 통산 최다 무실점 경기(228경기), 153경기 연속 무교체, K리그 최초 골키퍼 득점(1998년 10월 24일 포항전) 등 누적 기록도 보유중이다. 특히 2014년 11월 15일 신의손이 가지고 있던 최고령 출전 기록(44세 7개월 6일)마저 넘어섰다.
이 밖에도 김병지는 그라운드에서 돌출 행동을 자주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1998년 월드컵에서 김병지를 인상깊게 봤던 히딩크 감독이 이후 한국 대표팀으로 부임하며 김병지를 첫 번째 골키퍼로 점찍었다. 하지만 2001년 1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무리하게 공을 몰고 가다가 볼을 뺐기는 실수를 보고 그를 교체시켰다.
이 때부터 김병지가 공을 자주 몰고 나간다는 인식이 퍼졌지만 2015년 김병지는 K리그 통산 클린시트 경기 수가 2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유한 선수다. 특히 김병지가 신개념으로 선보인 '스위퍼키퍼'는 현재 독일 대표팀의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전매특허다.
김병지의 은퇴경기는 오는 9월 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리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울산과 포항의 153번째 '동해안더비"가 될 전망이다. 두 팀 모두 김병지가 현역시절 몸담았던 팀이다.
특히 울산 소속이었던 김병지가 첫 골을 넣었던 경기의 상대팀이 포항이고, 이 경기가 라이벌 전의 단초가 돼 김병지로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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