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정부가 가정용 전기세 부담을 덜기 위해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여론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국내 4인 가구의 월 평균 전력 사용량은 340kWh 가량으로 전기요금은 약 5만3천원(부가가치세·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이 부과된다.
하지만 스탠드형 에어컨(1.84kWh)를 하루 8시간씩 한 달간 사용하면 전체 전력소비량이 784kWh로 늘고, 전기요금은 32~33만원 가량으로 6배 이상 뛴다.
이같은 누진제로 인해 가정용 전기세가 가장 낮은 요금의 최대 11배 구간까지 적용될 수 있기에 서민들은 역대급 더위에 시달리면서도 에어컨 한 번 마음대로 틀지 못했다.
결국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론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높아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4천200억 원을 들여 전기요금을 20%가량 내려주기로 했다. 이 방식대로라면 위의 예시에서는 약 5만원 정도를 절감 받는다.
하지만 이는 구간별로 누진제 한도를 50kWh씩 후퇴시켰을 뿐, 누진 단계마다 요금이 오르는 폭은 이전과 똑같다. 또 '한시적'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은 만큼 여론은 조삼모사라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각 가정에서 지금의 전기요금으로 에어컨을 더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한 시간에 불과하다.
구간 폭만 늘었을 뿐 여전히 많이 쓸수록 빠져나가는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혜택율은 줄어드는 것은 똑같다. 이와 함께 국민적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고나서야 내놓은 늑장대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누리꾼들 역시 "한시적 완화라니. 언 발에 오줌을 누면 어떻게 되는지 모두 안다", "정부는 누진제 폐지하라" "이런 방안은 작은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뿐인거고 우리는 아직 사막 한가운데 있습니다" "정부의 방안에 동의가 안되네" 등의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상혁 기자 sunny10@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