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카스텐, '복면가왕빨'이면 어때 이토록 훌륭한데(리뷰)

입력 : 2016-08-22 08: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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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국카스텐은 그 자체로서의 이름보다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한 하현우의 밴드라는 인식이 강하다.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는 ‘복면가왕’에 우리동네 음악대장이라는 복면가수로 출연해 9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가 불렀던 경연곡은 매회 화제를 불러모으거나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인디신에서 아무리 주목받는 밴드였다고는 하나 대중적이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에 ‘복면가왕’을 통해 하현우를 알게 된 사람들은 국카스텐보다는 하현우를 통해 밴드를 연상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하현우의 노래를 듣다가 강렬한 록 음악을 지향하는 국카스텐이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겠느냔 의구심을 가졌다. 
 
이 또한 무슨 걱정이었을까. 국카스텐은 데뷔 8년 만에 개최한 첫 전국 투어 ‘스콜’(Squll)로 세간의 걱정은 모두 뒤집어 엎은 것은 물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게 했다.
 
■ 국카스텐에 열광하는 사람들
 
국카스텐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전국 투어 ‘스콜’의 서울 앙코르 공연을 펼쳤다. 지난 6월부터 다섯 개의 도시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며 팬들과 만나온 국카스텐은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더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 모인 팬들은 하현우가 아닌 국카스텐의 음악에 열광하고 열렬한 환호를 보내, 이들의 위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렸다.
 
국카스텐은 신해철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를 오프닝곡으로 선택,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했다. 이들은 하현우가 ‘복면가왕’에서 불렀던 ‘매일매일 기다려’ ‘하여가’ ‘봄비’ 등을 비롯해 ‘변신’ ‘깃털’ ‘붉은 밭’ ‘파우스트’ ‘펄스’ ‘도둑’ ‘저글링’ 등 자신들의 앨범에 실린 수록곡도 선보였다.
 
팬들은 1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국카스텐이 만들어내는 음악에 열광하며 소리쳤고, 후렴을 따라부르거나 추임새를 넣는 등의 행동으로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알렸다.
 
더욱 눈에 띄었던 것은 전혀 온도차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이날 콘서트 직전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국카스텐은 ‘온도차’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페스티벌 등 대중적인 무대에서 국카스텐의 기존 곡들과 ‘복면가왕’ 경연곡들에 대한 반응 차이가 있다는 것.
 
하현우 또한 “삐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커버곡을 듣고 우리의 노래에도 반응을 잘해주는 것이 고마울 뿐”이라고 수긍했던 만큼, 단독 공연에서도 이에 대한 분위기 차이가 어느 정도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팬들은 그들의 노래에 온전히 집중했고, 모든 곡을 애정어린 호응으로 부응했다. 
 

 
■ “몸으로 기억하는 초심”
 
험난한 20대를 보냈던 국카스텐은 지금의 인기에 우쭐하지 않았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초심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는 국카스텐의 무대 곳곳은 물론, 그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에서도 묻어난다. 
 
하지만 세월은 흘렀고,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하더라도 아직까지 분노와 패배주의에 대한 노래를 계속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감사함에 또 다른 자신들의 음악적 세계를 보여주는 것일 뿐.
 
“20대, 남들만큼 가지지 못했고 결핍됐던 것들을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하현우. 그는 “그런 것이 없었으면 더 절실하게, 미친놈처럼 (음악에) 뛰어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신이, 나중에 큰 사랑을 받을 때 감사함을 알라고 우리를 몰았던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늘 힘든 시기를 보상받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고마움은 공연으로 이어졌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공연을 끝마치고, 팬들의 '앙코르' 연호에 다시 등장한 하현우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며 앙코르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멤버들까지 합세해 본 공연보다 더 뜨거운 공연을 펼쳤다. 힘든 시절을 지나고 온, 진정으로 무대의 즐거움을 아는 자들의 몸짓이었다. 
 
마지막 곡은 MBC ‘나는 가수다’에서 선보였던 ‘한 잔의 추억’. 이를 부르며 흥겨운 춤사위까지 펼친 하현우는 팬들과 함께 콘서트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든 채 공연을 마무리했다.
 
“저희는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초심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죽기 전까지 음악만 열심히 하는 밴드가 될게요. 그 과정을 여러분과 공유하면서, 서로 응원해주고 함께 즐기고 싶어요.”
 
사진=인터파크 제공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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