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결산] '뭣이 중한디?' 메달보다 값진 감동의 순간들

입력 : 2016-08-22 10: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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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동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화려했던 막을 내렸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처럼 이번 올림픽에서도 메달 보다 값진 감동의 순간들이 60억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수많은 순간들 중 기억에 남는 모습들을 짚어봤다.

여자 3천m 장애물 달리기에 참가한 에티오피아의 에테네쉬 디로(25)는 예선에서 1위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뒤따라 오던 선수가 넘어지며 자신을 덮쳤고, 디로도 넘어졌다. 디로는 바로 일어났지만 신발이 찢어져 있었다. 그녀는 바로 신발과 양말까지 벗어 던지고 뛰기 시작했다. 결국 디로는 24위로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으나 국제육상경기연맹이 결승 출전권을 선물로 건넸다.
 
여자 5천m 예선에서도 감동이 터져나왔다. 결승선을 2천m 앞두고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28)이 발을 접지르며 넘어졌다. 이에 뒤따르던 미국의 디아고스티노(24)도 걸려 넘어졌다. 햄블린이 고통스러워하자 디아고스티노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 부축하며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디아고스티노도 통증을 호소하고 주저 앉았다. 햄블린은 한동안 그녀를 돌봤고, 이후 결승선에서 만난 두 사람은 포옹을 나눴다.
 
영국의 레베카 제임스(25)는 2014년 자궁암을 선고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무릎과 어깨에도 이상이 생겼다. 의사는 다시 사이클을 타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제임스는 이 같은 편견을 딛고 일어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르헨티나의 요트선수 산티아고 랑게(54)는 지난해 폐암으로 한쪽 폐를 잃었다. 하지만 랑게는 병마를 극복하고 첫 참가한 1988 서울올림픽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남한과 북한은 휴전 중이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달랐다. 여자 기계체조에 출전한 남한의 이은주(17)는 북한의 홍은정(27)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셀카를 찍었다. 두 사람을 지켜본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위대한 몸짓"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한국의 진종오(37)가 금메달 50m를 목에 걸었을 때, 동메달 시상대에는 북한의 김성국(31)이 서 있었다. 김성국은 진종오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진종오도 포옹으로 화답했다. 이후 김성국은 "1등이 남조선, 3등이 북조선인데 1등과 3등이 하나의 조선에서 나오면 더 큰 메달이 된다"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 나선 한국 대표팀의 막내 박상영(20)은 게자 임레(헝가리, 42)에게 2라운드까지 9-1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이때 중계카메라가 3라운드 직전 숨을 고르고 있는 박상영을 비췄다. 그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듯 계속 "할 수 있다"를 되뇌고 있었다. 주문의 힘일까, 박상영은 10-14에서 내리 5점을 뽑아 대역전 드라마를 집필해 현장을 전율로 채웠다.
 
사진=트위터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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