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를 반면교사로

입력 : 2016-09-01 17:25:49 수정 : 2016-09-01 1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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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를 찾는 사람들에게 뜬금없이 강원랜드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카지노를 즐기다가, 찾지 못한 차가 전당포에 즐비했기 때문이다. 특히 예상치 못하고 내놓은 매물이라 상태가 좋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는 강원랜드의 암울한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다. 강원랜드는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석탄산업의 몰락으로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광부와 그 가족들 30여만 명의 생계를 위해 국가가 만든 카지노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17개 카지노 중 유일한 오픈카지노로 내국인들 출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적이다.
 
강원랜드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고 하지만 이를 덮고도 남는 부작용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위의 예시 같은 도박중독자 뿐 아니라 이들로 인한 노숙자, 성매매, 자살 등 2차적 범죄까지 촉발되고 있다. 단순 호기심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달라붙어 구걸하는, 일명 ‘강원랜드 앵벌이’는 지금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가능한 부작용이다.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 사업은 24조원이란 막대한 국가 재원이 투입된 농지공급 사업이었다. 하지만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한 복합리조트 활성화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안에 오픈카지노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외국인전용카지노라면 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영종도와 제주도에 지어지고 있는 복합리조트에는 외국인전용카지노가 포함돼 있다. 법적 절차도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만 맡으면 된다.
 
하지만 오픈카지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애초에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새만금에도 오픈카지노가 들어서려면 관련 법 개정이 필수다.
 
더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부작용들이다.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 사북읍은 교통이 불편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수용인원의 몇 배의 사람들이 찾아 빈 테이블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수도권에 인접하고 교통이 훨씬 편한 새만금에 오픈카지노가 들어선다면 강원랜드의 부작용은 재앙 수준으로 부풀어 오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많은 국민들이 가진 오픈카지노에 대한 거부감을 설명해준다.
 
기폭제가 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새만금 오픈카지노를 허용한다면 현재 다른 지역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 최근 라스베거스의 샌즈그룹은 한국 오픈카지노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강원랜드 한 곳의 매출이 다른 16개 외국인전용카지노의 총매출을 능가할 정도기 때문에 외국자본이 오픈카지노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해가 간다.
 
외국 자본 유입이 현실화 되면 바로 천문학적인 국부유출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찬성 측이 근거로 내세우는 고용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 등은 한낱 꿈이 될 뿐이다. 이를 찬성하는 정치권은 상대당에게 정권을 내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새만금은 당초의 목적대로 해외 농산물 시장을 겨냥한 첨단 농업단지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나아보인다. 식량 안보는 세계적 차원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새만금을 통해 이를 대비하는 편이 미래를 위한 혜안이다.
 
강원랜드는 2000년 개장 이후 관광진흥개발기금, 세금,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10조7천억원이란 금액을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했다. 또 폐광지역 경제회생이라는 본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으로 경쟁력 갖춘 복합리조트로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랜드는 카지노사업이란 이유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오픈카지노는 새만금 사업뿐만 아니라 강원랜드의 자정노력을 왜곡하는 논의일 뿐이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카지노로 지지부진한 새만금 사업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다.
 
오픈카지노를 추진하는 이해집단은 당장의 이익을 좇는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을 거두고 강원랜드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 다음으로 모든 제반 사정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박홍규 /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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